학교급식 ‘조리로봇’ 도입, 급물살탈까
학교급식 ‘조리로봇’ 도입, 급물살탈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5.06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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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청, 지난달 29일 학교 ‘튀김로봇’ 시연회 열어
서울 이어 강원 두 번째 도입, 상당수 교육청도 검토 중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극심한 조리인력난을 겪고 있는 학교급식 현장에 ‘조리로봇’ 도입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가 상당히 우세한 편이나 일각에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 이하 강원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춘천 한샘고등학교(교장 한세훈)에서 ‘학교급식용 튀김로봇(이하 튀김로봇)’ 시연회를 열었다. 한샘고에 도입된 튀김로봇은 ㈜977로보틱스(대표이사 서재현)가 두산로보틱스(대표 류정훈)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강원교육청에 기증한 것이다.

이날 시연회에는 신경호 교육감을 비롯해 주요 내빈과 시·도교육청 관계자 그리고 ㈜977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시연회에서 강원교육청 측은 튀김로봇은 최적의 조리온도와 시간 설정, 식단별 제품 추천을 탑재하고 있어 급식 종사자의 유증기 흡입과 근골격계 질환, 화상 사고를 예방하는 등 근무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이 춘천 한샘고에 도입한 '학교급식 튀김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강원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이 춘천 한샘고에 도입한 '학교급식 튀김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조리 종사자 대신할 ‘조리로봇’
학교급식소에 로봇이 도입된 것은 지난해 11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에 이어 강원교육청이 두 번째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지원금 10억 원으로 서울 숭곡중학교에 조리 종사자들의 조리업무를 도와줄 ‘협동로봇’ 4대를 설치한 바 있다. 

이번에 한샘고에 설치된 튀김로봇도 기본적으로 협동로봇 형태로 볼 수 있다. 로봇은 식자재가 담긴 튀김용 바스켓을 들어 올리고 튀김기에 넣은 뒤 설정된 조리시간이 지나면 다시 들어 올려 지정된 장소까지 다시 가져오는 움직임을 한다. 그 외에 튀김용 식자재를 바스켓에 담아주고 다 튀긴 식자재를 옮기는 작업은 조리 종사자가 맡기 때문에 ‘조리 종사자와 함께 일한다’는 취지로 협동로봇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협동로봇은 튀김과 볶음 등의 조리과정을 수행해 조리흄과 화상으로부터 조리 종사자를 보호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전국 각 지역의 여러 교육청들도 이 같은 목적으로 협동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과 강원에 이어 이미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은 올해 본예산에 10억 원을 편성했고, 경상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도 올해 추경에 관련 예산 편성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2~3곳의 교육청이 2025년도 본예산에 예산 편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인력난과 조리흄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조리로봇 도입”이라며 “교육청은 물론 지역 의회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도입을 요청하는 곳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도입’보다 개선점 살펴야
반면 일각에서는 살펴봐야 할 부분도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세에 휩쓸려 ‘일단 도입’하거나 선출직인 교육감이 주목을 받을 목적으로 학교에 ‘밀어 넣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춘천 한샘고 시연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한샘고에 도입된 협동로봇은 이미 2020년 이전부터 치킨프랜차이즈 전문점 등에서 사용해오던 모델”이라며 “이런 형태는 단일 메뉴만 반복 조리하는 외식에서는 큰 도움이 될지 몰라도 메뉴가 매일 바뀌는 급식소에서의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참석자도 “서울 숭곡중에 도입된 로봇은 급식에 적합하도록 다양한 메뉴 및 레시피를 변환해 입력하는 작업을 거쳤고, 그로 인해 대규모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며 “반면 이번 한샘고에 도입된 로봇은 튀김 작업만 가능한 것이라 급식소에서 활용도가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튀김 요리의 트렌스지방에 따른 청소년 영양 불균형과 비만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당국이 내놓은 ‘튀김·볶음 지양·오븐요리 권장’이라는 지침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조리흄 발생 억제를 위해 튀김·볶음 메뉴는 주 2회 미만으로 편성하라고 권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교육청으로부터 고가의 튀김 전용 로봇을 받은 학교는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성 문제에서도 아직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서울교육청은 물론 강원교육청 측도 로봇에 센서를 부착해 작동범위에 사람이 있으면 즉시 멈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협력로봇은 인간과 로봇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기 때문에 오작동 우려가 늘 상존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면서 조리로봇 도입에 큰 이견은 없지만, 안전과 활용도 등 다양한 측면에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경기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최근 조리인력난과 조리흄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 교육청에서 경쟁적으로 조리로봇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함량 미달 제품이 납품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기존에 없던 고가의 조리기구를 도입하는 만큼 충분한 검토와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 개선한 뒤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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