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육아휴직… 곱지 않은 경찰서
영양사 육아휴직… 곱지 않은 경찰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5.06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광진경찰서, 채용공고에서 육아휴직 영양사 '비하'
영양사들 "결국 경찰이 영양사를 바로 보는 시선" 비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의 한 경찰서가 구내식당 영양사 채용과정에 최저임금을 적용한 것도 모자라 영양사 직군을 공개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내놔 영양사 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채용공고에 부정적인 의견이 게시되자 경찰서 관계자가 답변을 달며 출산·육아휴직 중인 영양사를 지칭해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 받아가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표현한 것.

발단은 서울 광진경찰서(서장 유재용, 이하 광진서)가 지난달 22일 영양사 커뮤니티에 게시한 영양사 채용공고였다.

광진서는 ‘육아휴직 대체인력 채용공고’를 올리면서 조식과 중식을 제공하는 영양사 급여를 '연봉 2500 정도'라고 표기했다. 연봉 2500만 원은 현행법에서 제시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영양사 채용조건에 대한 문의에서 광진경찰서 측이 남긴 답변. (사진 출처 : 영양사커뮤니티 '영양사도우미')
영양사 채용조건에 대한 문의에서 광진경찰서 측이 남긴 답변. (출처 : 영양사 커뮤니티 '영양사도우미')

조식과 중식을 운영해야 하는 영양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고용조건이다. 이 같은 조건을 접한 한 영양사는 "근로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1일 7시간이라고 명시했지만, 급식 준비와 검식, 배식까지 모두 하려면 사실상 더 긴 시간을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을 대하는 광진서의 대응이다. 실제 채용공고에 여러 영양사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광진서 담당자는 "조건에 맞지 않으시면 지원하지 않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는 "기존 영양사가 출산·육아휴직으로 월급은 받으면서 출근을 안 해 영양사 업무도 제대로 수행을 안 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추가인력을 채용한다고 하니 윗분들 보시기에 영양사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출산·육아휴직의 경우 출근은 물론 근무를 할 수 없음에도 광진서 담당자는 출산·육아휴직을 선택한 근로자 전체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나온 답변이어서 더 큰 비난이 나온다. 

광진서 측 답변에 대해 한 영양사는 "공공기관인 경찰서에서 내놓은 답변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출산·육아휴직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영양사 직군 전체를 모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 영양사들의 항의 전화가 광진서에 빗발치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등 현장 영양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광진서는 지난달 26일 채용공고를 내리고 담당자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담당자는 사과문을 통해 "급여 수준이 이렇게밖에 지급 안 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같다"며 “출산·육아휴직에 대해 비난하려는 뜻이 아니었고 사과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과문 이후에도 영양사 사회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영양사는 "몇 년 전에도 지방의 한 경찰서가 구내식당 영양사에 대한 집단 괴롭힘 사건으로 큰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광진서 담당자의 답변은 결국 경찰이 영양사 직군을 보는 시선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양사는 "공공기관에서 육아휴직을 보는 시선이 이렇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송진선, 이하 영협)도 지난달 29일 성명서를 내고 광진서의 행태를 비판했다. 영협은 성명서를 통해 "영양사는 영·유아부터 학생, 청·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국민 건강과 영양·식생활을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도 영양사를 이처럼 언급한 답변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영양사들이 합당한 근로조건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일·가정 양립과 모성보호라는 당연한 가치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협은 경찰서 영양사 처우개선 및 권익보호를 위한 범국민 서명에 돌입했다. 

강우진 광진서 경무과장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답변은 경찰서 경무과에 근무하는 영양사 면허증을 가진 행정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이는 경찰서의 공식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서 구내식당은 직원들의 식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시적으로 대체영양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여건을 고려해 영양사 급여를 책정하게 됐다"며 "담당자를 경고 조치하고 교육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