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이 영양(교)사에게 떠넘겨진 조리실무사 채용업무
근거 없이 영양(교)사에게 떠넘겨진 조리실무사 채용업무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5.13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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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조례 ‘운영부서의 장’ 문구가 원인
“조례 취지와 역할상 운영부서의 장은 ‘학교장’, 조례 개정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서울 서초구 A중학교 급식 문제가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조리실무사 대체인력 채용을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교육 당국의 행위도 재차 비판을 받고 있다. 애당초 교육공무직 채용의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음에도 유독 조리실무사 대체인력의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A중학교의 사례를 보면서 머지않은 시기 조리인력난은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것이어서 지금부터 명확하게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지역의 한 학교에서 조리실무사가 취반기에 밥을 하기 위해 물을 붓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를 포함한 교육공무직 채용은 원칙적으로 모두 교육감 소관이다. 각 교육청마다 ‘교육공무직원 채용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교육공무직 채용조례)’를 별도로 제정하고 있고, 공통적으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은 교육감이 한다’는 취지의 조문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기관의 장(혹은 각급 기관의 장)에게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등에 관한 사항을 위임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하지만 서울지역은 이 단서 조항이 약간 다르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조례에는 ‘교육감이 직접 채용하되,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부서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운영기관 혹은 각급 기관의 장’이 아닌, ‘운영부서의 장’이라는 문구를 쓴 것이다. 

서울교육청 관내의 상당수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이 문구를 빌미로 대체인력 채용업무를 영양(교)사에게 떠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운영부서의 장은 제정 취지로 볼 때 기관장 또는 학교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 ‘영양(교)사가 학교장을 대신해 조리실무사를 직접 지휘·관리하기 때문에 운영부서의 장’이라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양(교)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서울교육청 교육공무직 채용조례 및 시행규칙에는 채용업무 이외에도 운영부서의 장이 해야 할 역할과 권한, 의무가 자세하게 명기되어 있다. 

시행규칙 제15조(수습기간) 3항에는 ‘운영부서의 장은 수습기간 중 평가를 하고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면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제24조(근로계약의 해지 등)에는 운영부서의 장이 가진 근로계약 해지 권한이 담겨 있다. 

즉 운영부서의 장은 교육공무직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고, 평가 및 징계 권한을 갖는 동시에 고용계약도 해지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애초에 이런 권한과 거리가 먼 영양(교)사는 운영부서의 장이 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책임자는 학교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강남지역의 한 영양사는 “서울지역 상당수 학교가 대체 조리인력 구인의 책임을 영양사에게 떠넘기고 ‘나몰라라’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인력도 조례상 교육공무직이므로 이들을 채용하고 조리실에 배치하는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참에 불합리한 서울교육청의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 학교영양사회의 한 임원은 “조례제정 취지를 보면 교육공무직 채용 책임의 주체는 학교장 혹은 교육청 소속 기관장인데 운영부서의 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타 지역 조례를 참고해 명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영양(교)사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는 김혜영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지난 8일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체인력 채용업무를 영양(교)사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조례 개정 필요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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