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아닌 안전을 위해 조리실 표준기준 필요
규모 아닌 안전을 위해 조리실 표준기준 필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1.10.1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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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시설 관련법, 기본적 위생·안전만 명시
▲ 최근 유치원ㆍ어린이집의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급식관련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위생적이고 안전한 급식제공을 위해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학교급식 조리실 표준화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표준기준을 적용한 모델관이 선보인데다, 최근에는 법무부가 교정기관의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 마련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급식 조리시설의 표준화 기준은 검수실과 전처리실, 조리실, 세척실 등 기능에 따라 명확하게 구역을 설정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반영해 위생과 청결을 제고시켜 급식의 안전과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방안이다.

현재 전국에 소재한 유치원은 8,300여 개소, 어린이집은 25,000여 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기관은 재원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관의 급식 조리시설은 유치원의 경우 유아교육법,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의 시설 기준에 따라 설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에 명시된 시설기준 자체가 조리실의 위치 및 내부 필수시설의 설치와 환기, 채광, 방충 등 기본적으로 조리시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안전 및 위생 요건을 제시하고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문적인 표준화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학교와 교정시설 등이 법정기준에 적합한 조리시설을 구비하고도 표준화 기준 마련을 준비 중인 것은 기준에 의해 설치한 조리시설임에도 불편함과 안전상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급식관련 전문가들은 학교와 교정시설 등은 물론 차제에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경우도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관계자는 “급식 분야별로 제각기 특성은 있을 수 있겠지만 작업의 내용이나 흐름은 비슷한 면이 많다”며 “위생과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조리시설의 표준화 기준 마련은 식수인원이 적고 조리시설의 규모가 작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치원연합회 및 어린이집 연합회 등에서는 급식 조리시설표준기준 마련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운용하는 급식 조리시설 자체가 관련법에 따라적합한 기준으로 설치됐고 큰 문제없이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굳이 표준화 기준을 제정하고 시설을 개·보수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의 급식시설은 유아교육법 및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등에 따른 법정기준에 적합해야 개원이 가능하고 급식 및 조리를 위한 기본적인 최소 기준을 갖추고 있는 상태”라며 “유치원 급식시설의 표준기준 마련은 재원 학생 수와 지역 또는 개개 유치원의 여건, 학부모, 소요예산 등 여러가지 요건을 감안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따라서 아직까지는 논의의 대상이 될 부분은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급식 조리시설 표준기준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행 시 소요될 예산집행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 학교 또는 교정시설 등과 같이 식수인원이 수천명을 상회하는 것도 아니고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게는 수백여 명에 불과한 식수인원을 위해 표준화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시설을 리모델링 하거나 새로운 기자재를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일반 학교나 단체급식에 비해 급식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부분도 미온적인 태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서울형어린이집 원장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급식사고는 영·유아가 대상이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크지만 실제적으로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에 비하면 급식사고의 빈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겉으로 보기엔 체계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경을 더 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은 주무부처도 어느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유아교육과 관계자는 “유아교육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안전한 급식이며 유치원 급식이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보다 체계적이지 못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식수인원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으로는 운영이 잘되는 부분이 더 많다”며 “학교급식이나 단체급식에서 급식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식수인원이 많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통제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이원화 형태의 현행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리체계도 표준화기준을 마련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또 급식과 관련해서는 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을 적용받고 있다.

관리감독 주무부처와 적용 법령이 다른 만큼 통합적인 표준화 기준을 마련하기에는 여타 급식분야에 비해 난맥상이 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급식 조리시설 표준기준 마련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보건진흥원의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식수인원이 적은 소규모 형태의 급식이 많아 시설이나 관리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급식형태 또한 다양해 통일된 하나의 기준 마련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행 여부를 떠나서 급식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통일된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 조리시설의 표준화 기준 마련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영·유아에 대한 안전한 급식제공과 이를 통한 건강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주무부처와 관련학계, 그리고 유치원 및 어린이집 연합회 관계자 등 실무진들이 급식 조리시설 표준화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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