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도 못 펴는데, 이곳이 휴게실이랍니다”
“무릎도 못 펴는데, 이곳이 휴게실이랍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6.1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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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시간 조리실에서 일하는데 쉴 곳도 없는 조리 종사자들
모호한 휴게 공간 기준, 관리 책임은 ‘덤’… 교육 당국 대책 절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을 둘러싼 최근 이슈는 ‘조리 종사자’다. 심화된 조리인력난이 부실 급식을 불러오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교급식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이에 교육 당국은 노동강도를 낮춘다는 명목 아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아직도 열악한 곳이 적지 않다. 대한급식신문이 영양(교)사의 근무환경에 이어 조리 종사자의 근무환경도 살폈다.

- 편집자주 -

#.1 오전 11시. 조리실 밖 온도는 어느새 30℃가 됐다. 조금 전까지 회전국솥 4대를 가동했던 조리실의 체감온도는 40℃가 넘는 듯하다. 그나마 배식 시간이 되면 식당 부근으로 나가기 때문에 더위에서 잠깐 해방되지만, 배식 중 소진된 음식을 더 가져오기 위해 다시 조리실 안쪽으로 향하면 조리실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낀다. 

#.2 폭염에 대비해 고용노동부와 교육청에서 꼼꼼히 지침을 내려준다. 더위가 지속될 시 1시간 작업하면 10~15분은 쉬도록 하라는 것. 그러나 쉴 곳이 마땅치 않다.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A고등학교에는 조리인력이 10명 이상 근무하는데 휴게실은 7명만 앉아도 꽉 찬다. 조리를 마치고 배식 전에 잠깐 커피타임을 갖고 싶어도 다 같이 앉을 공간은 없다.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들의 휴게공간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학교의 조리종사자 휴게실 모습.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들의 휴게 공간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학교의 조리 종사자 휴게실 모습.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근무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학교의 근무 여건은 낙후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지적받는 분야 중 하나가 조리 종사자 휴게실이다. 

학교급식이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발전하면서 일선 교육청은 급식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 중이다. 급식실 리모델링이나 현대화사업은 물론 식당이 없던 학교에는 식당을 구축하는 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잠시 쉴 곳도 없는 조리 종사자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평균 출근 시간은 오전 8시경. 물론 그전에 식자재가 입고되는 학교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고, 아침을 주는 기숙사 학교는 조식을 위해 새벽 5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급식 종사자들은 그만큼 하루 대부분 시간을 조리실에서 보내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조리사는 “15년 전보다 급식실 환경이 상당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가장 큰 차이점은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ACCP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넓어지면서 구획도 정리되었고, 회전국솥과 취반기 등 조리에 도움을 주는 기구와 설비도 늘어났다”면서도 “가장 개선이 되지 않는 곳은 조리 종사자 휴게실”이라고 콕 찍었다. 

대한급식신문이 방문한 서울 A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500명이 넘는 학교로, 조리 종사자는 10명 미만이었다. 하지만 조리 종사자 휴게실은 이들이 앉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이 학교는 교실배식인 탓에 급식 도우미도 따로 있었다. 급식 도우미는 직접 조리에 참여하지 않지만, 기간제 인력인 탓에 휴게 공간이 별도로 없어 급식소 휴게실을 함께 이용해야 했다. 

경북지역의 B중학교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학생 수가 1000여 명 안팎인데 조리 종사자 휴게실이 너무 좁아 자리에 앉아 무릎을 펴기조차 어려웠다. 해당 학교의 한 조리실무사는 “급식 준비를 마치고 함께 커피 한잔 마시기도 어려워 번갈아 마신다”고 토로했다.

기준 없는 조리 종사자 휴게실
조리 종사자들은 휴게 공간이 이처럼 열악한 이유는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리장을 구성할 때 휴게실의 위치와 면적, 조리 종사자들의 동선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리 종사자 근무환경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의 면적만큼은 휴게 공간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조리 종사자 휴게실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를 제정하고 있는 교육청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교육청은 ‘급식실 현대화사업에서 휴게 공간 혹은 휴게실을 마련하라’는 지침이 전부다. 

가장 실질적인 지침은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이하 경기교육청)의 ‘경기교육청 학교급식시설 매뉴얼’이다. 경기교육청은 이 매뉴얼에서 조리 종사자 휴게 공간의 면적을 종사자 1인당 1.64㎡로 제시했다. 이는 옷장 넓이를 포함한 기준이며, 여기에 공용면적 2.62㎡를 더한다. 

문제는 1.64㎡라는 면적이 좁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경북지역의 한 중학교처럼 조리 종사자 1명이 무릎을 제대로 펴기도 어려운 면적인 것이다. 경북지역의 한 조리사는 “학교 내 교사들도 여러 업무로 지칠 테지만 조리 종사자들의 육체노동 강도는 학교 구성원 중 가장 높을 것”이라며 “현재보다 20% 이상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을 제외하면 조리 종사자 휴게 공간에 대한 규정을 정한 교육청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그나마 경상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 이하 경북교육청)은 이 같은 휴게 공간에 대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4월 2019년에 제정한 ‘학교급식 현대화 가이드북’을 개정하기로 하고, 교육청 내에 전담 TF를 구성해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게실 관리와 보수도 맡아야
또 다른 문제는 휴게실의 관리 책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급식소 내에 있는 휴게실이다 보니 관리와 보수도 영양(교)사 혹은 조리 종사자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조리 종사자 휴게실에 설치된 옷장이 무너져 조리 종사자 4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에서도 학교 내 시설 담당자들은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조리 종사자들은 휴게실 청소와 사용 집기 등은 관리할 수는 있어도 시설 관리와 보수는 원칙적으로 학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전국학교조리사회(회장 전위숙) 관계자는 “교무실에 설치된 냉난방기나 시설물의 유지 보수 책임은 교사들에게 떠넘기지 않는데 유독 조리 종사자 휴게실 책임은 급식 종사자들에게 떠넘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준조차 없는 휴게실 면적과 규격 등도 궁극적으로 이 같은 책임 소재의 모호함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가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조리실 환경 개선 및 현대화사업을 시행하는 지금, 조리 종사자 휴게 공간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함께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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