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확대일로’ 학교급식 조리로봇, 이대로 괜찮나
[이슈] ‘확대일로’ 학교급식 조리로봇, 이대로 괜찮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9.0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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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이어 경북·강원, 10억대 예산 편성… 운영방식은 다소 달라
“조리흄 차단 등에 긍정적인 효과” vs “활용도 낮은데 억지로 밀어 넣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해 9월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의 첫 학교급식 조리로봇 도입 이후 여러 교육청에서 경쟁적으로 조리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재 도입되는 조리로봇이 조리 종사자들의 조리흄 노출 차단 등 일부 효과는 있으나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확대된 조리로봇 도입

먼저 서울교육청이 올해 제2차 추경예산에서 ‘협동 조리로봇’ 도입예산 10억 원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조리로봇을 도입한 숭곡중학교(교장 계경희) 사례를 참고로 조리로봇 도입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송곡중에 투입된 조리로봇 예산 10억 원이 전액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지원금이었다면 올해는 전액 서울교육청 예산이다. 따라서 학교 대상 도입 의향 조사와 업체선정 입찰 등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교육청이 조리로봇 도입을 위한 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지만, 낮은 활용도와 반론 등이 맞물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대구 팔공초중학교에서 열린 튀김로봇 시연회 모습.
전국 교육청이 조리로봇 도입을 위한 예산 편성에 나서고 있지만, 낮은 활용도와 반론 등이 맞물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대구 팔공초중학교에서 열린 튀김로봇 시연회 모습.

인천광역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 이하 인천교육청)은 서울교육청보다 한발 앞서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교육청은 6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7월 말까지 조리로봇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안서를 접수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제안서평가위원회 구성을 마친 인천교육청은 빠르게 업체를 선정한 뒤 이르면 내년 2월까지 조리로봇 설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올해 3월 서울에 이어 기증을 통해 조리로봇을 도입한 바 있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 이하 강원교육청)은 내부적으로 10억 원가량의 예산을 세우고, 각 학교에 ‘2025년 학교형 튀김로봇 수요조사’ 공문을 보내 학교의 신청을 받았다.

올해 3월 춘천 한샘고등학교에 97.7로보틱스(대표 서재현)가 기증해 설치한 ‘튀김로봇’이 8000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억 원은 10개 학교에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이다. 그러나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수요조사에서 설치하겠다고 답변한 학교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예상한 것보다 신청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추가 수요조사 실시 등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상북도교육청(교육감 임종식, 이하 경북교육청)은 ‘공유형 조리로봇’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급식 종사자들의 근무 공간과 가급적 겹치지 않는 급식실 내 공간에 ‘튀김전용실’을 만들어 조리로봇을 설치하고, 튀김전용실을 인근 학교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인근 학교에서 튀김 작업이 필요하다면 튀김전용실이 설치된 학교를 활용하거나 튀김전용실에서 조리를 마친 음식을 다른 학교로 이송해줄 수도 있다. 경북교육청은 구미산동고등학교(교장 이용택)와 경산고등학교(교장 정석주)에 튀김전용실을 설치하기로 하고 1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3일 강원교육청에 이어 97.7로보틱스의 동일한 튀김로봇을 기증받은 대구광역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 이하 대구교육청)은 당분간 조리로봇 추가 확보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교육청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강원교육청이 튀김로봇을 기증받은 후 튀김로봇 도입을 확대하려 한다는 소식은 접했으나 대구교육청은 튀김로봇은 물론 조리로봇도 올해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우려도 나오는 조리로봇, 신중한 논의 필요해

최초 서울교육청 조리로봇 도입 이후 전국 교육청으로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의견도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협동 조리로봇이 아닌 튀김로봇의 확대다. 97.7로보틱스가 강원교육청과 대구교육청에 기증한 튀김로봇은 서울교육청이 도입한 협동 조리로봇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상 저렴하나 조리가 가능한 음식은 ‘튀김’ 한 가지다. 이런 형태의 튀김로봇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치킨전문점 등 외식업소에서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급식소의 경우 튀김뿐만 아닌 다양한 형태의 조리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직 튀김만 가능한 튀김로봇은 활용도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매년 발표하는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에서는 조리흄 발생과 학생 비만 예방을 위해 ‘튀김·볶음 메뉴 편성은 주 2회 이하’라고 권고해 주 5일 중 튀김 메뉴가 없는 3일은 튀김로봇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경기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청이 튀김로봇을 도입했다는 것은 일선 영양(교)사들에게 튀김 메뉴를 더 많이 편성하라는 뜻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사용도가 낮은 튀김로봇을 매일 관리하고 청소하는 것은 오히려 조리인력에 불필요한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가 급식 관계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은 지난 7월부터 진행한 강원교육청의 튀김로봇 수요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강원교육청이 보름 이상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예상치였던 10개 학교에 턱없이 모자란 3개 학교만 신청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강원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튀김로봇이 실제 급식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일부 영양(교)사들은 교육감의 ‘치적 쌓기’에 또다시 학교급식이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조리로봇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전국 교육청들의 조리로봇 도입 확대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국내 로봇업체 대다수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하지만, 아직 획기적인 조리로봇 기술을 가진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튀김로봇이 아닌 협동 조리로봇을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라며 “다수 로봇업체들의 제안서를 받았는데 업체마다 기능과 성능, 가격이 대동소이해 세부적인 사양과 사후 관리 등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영양교사는 “조리로봇의 기술력과 가격이 대동소이하다면 어떤 업체의 조리로봇을 선정할지는 교육청 방침과 교육감 의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선정기준 및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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