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과일간식사업·임산부 친환경꾸러미도 폐지될 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4년간 진행된 시범사업을 거쳐 2025년부터 본사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농식품바우처와 함께 시행될 예정이었던 다양한 식생활교육 예산도 함께 사라져 비판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부총리 겸 장관 최상목, 이하 기재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에 따르면, 기재부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이하 농식품부)가 제시한 1조2765억 원의 농식품바우처 예산 중 단 381억 원만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취약계층의 영양 보충과 식생활 개선을 돕기 위한 사업이다. 농식품부가 밝힌 사업계획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8만 원이 지원된다. 8만 원은 전자카드 형태의 바우처로 지원되며, 지원받은 가구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 정부가 지정한 사용처에서 채소, 과일, 흰우유, 신선달걀, 육류, 꿀, 잡곡, 산양유, 두부류, 단순 가공채소류 등 10가지 농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대응사업으로 진행되는 농식품바우처는 시범사업부터 호평을 받았다. 기초수급대상자 등 식생활 취약계층에게는 효율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농산물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
이에 농식품부는 2022년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2025년부터 농식품바우처를 본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본 사업에 1조276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중 6000억 원이 국비였으나 정부는 381억 원만 반영한 것이다.
올해 실시한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 예산이 148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 본사업을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어서 농식품바우처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 농업단체 관계자는 “필요한 6000억 원의 예산 중 6% 남짓만 확보해놓고 사업을 진행하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농식품바우처 확대를 내세웠는데 공염불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농식품바우처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관련된 수많은 사업도 폐지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이다. 이 두 사업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몇 년간 진행되어 왔지만, 지난해 정부는 “해당 사업을 2025년부터 농식품바우처 본사업에 통합해 운영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사업은 과일 제공과 더불어 식생활교육을 별도로 진행해온 터라 아쉬움을 더한다. 연간 72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 초등돌봄교실에 지원되는 과일간식은 학교급식과 별개로 운영돼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아왔다.
어린이들이 먹기 적당한 양의 과일을 공급업체가 개별 포장해 직접 돌봄교실로 전달하고, 배식과 식사지도 역시 돌봄교사가 전담해 학교급식 종사자들에게 일체의 부담을 주지 않았다. 여기에 제공도 점심 이후에 이뤄져 급식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고른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특히 농식품부가 진행하는 사업 중 유일하게 ‘식생활교육 실시’로 예산이 편성됐었던 사업이어서 더욱 비판을 받는다. 농식품부는 72억 원 중 2억 원을 식생활교육 예산으로 편성하고, 과일 종류와 효능, 신체 성장에 주는 이로움, 친환경 과일의 가치와 의미 등의 교육이 이뤄졌으나 2023년부터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실상 폐지된 상황이다.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상임대표 곽금순) 관계자는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을 정부가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긴다”며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득하는 등 예산 편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