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소비자 불매운동 ‘득보단 실’
치우친 소비자 불매운동 ‘득보단 실’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2.03.2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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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논란 및 GM식품 불매, 세계적 추세와 역방향


논문 제목

소비자 불매운동이 국가경제 및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 

공동연구자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이장은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연구원)

 소비자운동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또는 공급자와 수요자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운동도 지난 30여 년간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아 좀 더 합리적인 사회로 진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본 연구는 식품산업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사회적 부담을 야기한 소비자운동의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했다. 연구자는 “사례들을 통해 향후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한 어떠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는 연구 취지를 밝혔다.

연구자는 우리나라 식품불매운동의 대표적 피해사례로 MSG(글루탐산나트륨)불매운동을 꼽았다. 해외에서는 1960년대와 70년대 MSG 안전성 검증문제가 제기된 이후 많은 연구 끝에 MSG가 식품첨가물로 아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980년 미국 FDA에서는 MSG를 안전한 식품첨가물로 공인했고, FAO/ WHO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 역시 MSG를 인체 안전기준인 ADI를 별도로 정하지 않는 NS (not specified) 품목으로 설정했다.

MSG 논란, 진실이 왜곡되다
우리나라는 1985년 한 소비자단체가 1인 하루 MSG 섭취량이 3.5g이라 발표한 것이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 후 MSG 과량섭취 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MSG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와 MSG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MSG의 안전성 논란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1986년 한국부인회와 미국 닐슨회사의 한국지사는 한국 4개 대도시 1,000가구를 방문·면접해 우리나라 국민의 MSG 섭취량을 재조사했다. 조사결과 1인당 MSG의 하루 섭취량은 1.69g인 것으로 나타났고, 1985년 조사는 조사대상 범위(서울시 150가구만 조사)의 소수한정과 MSG 섭취량의 기준설정 오류로 잘못된 결과가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국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MSG 불매운동은 더욱 활발히 전개됐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MSG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유독 MSG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 2010년 3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MSG는 안전하다”는 공식 발표를 해 논란의 종지부는 찍혔지만 이미 해당 업체와 국가 경제가 본 피해는 되돌릴 수 없었다.


조미료 산업 경쟁력 하락으로
25년간 끊이지 않았던 MSG 안전성 논란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우선 우리나라의 MSG 생산량 감소는 조미료 산업의 해외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과거 일본과 함께 ‘MSG 최대수출국’이란 수식어를 달았던 우리나라는 현재 MSG 관련 산업의 점유율을 일본에게 모두 내어준 상태다.

둘째로는 국내 소비자로 하여금 국내 식품산업의 불신과 MSG 기피정서를 만들어냈다. 몇몇 국내 식품기업은 소비자의 MSG 기피 정서를 이용해 차별화 마케팅을 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근거 없는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안전성이 입증된 MSG에 대해 “MSG 무첨가” 표시를 하는 등 마치 MSG가 불량한 식품첨가물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호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MSG 소비감소는 육류소비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MSG 1g이 갖는 감칠맛을 일반 조리과정에서 내기 위해선 소고기 250g이 요구된다. 보통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6~8kg의 사료곡물이 필요한 것을 보면 MSG 소비감소는 사료곡물의 수입량 증가를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현재 GM식품은 세계적 추세
MSG뿐만 아니라 GM(유전자변형식품)도 비슷한 고초를 겪고 있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2050년이 되면 기후 온난화와 사막화로 세계의 식량생산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 입을 모은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생명공학 시술에 의한 내한성, 내냉성 작물 개발이라 굳게 믿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생산되는 콩 90%와 옥수수 80%가 GM곡물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세계 곡물시장에서 Non-GM옥수수와 콩을 구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GM식품을 아무런 표시 없이 전 국민이 먹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 소비자단체와 대학에서는 내용과는 정반대로 GM식품의 위해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알권리 주장에 밀려 GM식품의 전면적인 표시 의무화를 입법예고했다.

GM식품 불매, 더 큰 피해 유발
GM식품과 관련한 국내 식품산업의 피해는 이미 진행 중이다. Non-GM옥수수를 세계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된 한국전분당협회는 2009년 5월부터 GM옥수수를 수입한다고 공표했다가 재난 이상의 결과를 맛봤다. 소비자의 거부감을 알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전분과 물엿을 중국에서 수입했고 전분당산업의 가동률은 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의 전분과 물엿이 국산보다 질이 떨어지고 Non-GM이라는 확신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안심을 위해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또한 기업들은 Non-GM옥수수와 콩을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하나 이들의 품질은 몹시 조악하고 곰팡이 독소혼입 위험마저 내포돼 있다. GM식품 불매운동이 오히려 우리의 식탁을 위험하게 만드는 꼴이다.


공동대책 마련하는 체계 필요
지금은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격상되는 과도기다. 우리의 소비자운동도 이제는 책임 있는 NGO로서 소비자의 권익과 국가이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앞으로 식품첨가물이나 신기술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정부와 시민단체, 학계, 식품업계가 함께 논의하고 공동대책을 마련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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