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먹는 급식, 잔반? “없어요”
숲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먹는 급식, 잔반? “없어요”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3.07.05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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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도우미 … 자연스러운 인성교육 이뤄져
■ 자연과 함께 안전한 먹을거리를 섭취하고 있는 ‘구립 가락본동 어린이집 숲유치원’


서울 송파구가 국내 최초로 운영 중인 구립 가락본동 어린이집(이하 가락본동 어린이집) ‘숲유치원’의 수업은 한마디로 ‘놀이’다. 한 달에 하루 정도 ‘숲 체험’을 하는 일부 프로그램과 차원이 다르다. 즉, 아이들에게 숲은 곧 배움터이며 놀이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숲에서 먹는 급식의 풍경은 어떻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가락본동 어린이집 숲유치원을 직접 찾아갔다. 가장 특별한 급식 풍경은 7살 미만의 아동이 혼자서 먹을 수 없는 만큼의 많은 양이 배식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밥 한 톨, 김치 한조각 남기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가락본동 어린이집 윤영란 원장과 한아름 영양사를 만나 어울림이 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맛있는 급식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송파구는 지난 2010년 3월 연면적 678㎡ 규모로 지하 1, 지상 3층 시설에 8개 보육실과 유희실, 수면실 등을 마련하고 가락본동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특히 전체 아동 131명 중 아토피 아동 20명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시공과정에서 아토피의 주범인 포르말린을 배제하고 자연친화적인 건축자재와 천연수성페인트를 사용했다. 이는 이후 전국으로 확산돼 아토피를 위한 어린이집 시설의 필수사항이 됐다.

또한, 송파구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로 가락본동 어린이집 ‘숲유치원’을 위해 송파구 오금공원에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해 학습장 두 곳을 마련했다

윤영란 원장은 “지난 2010년에 숲유치원 모집 공고할 당시 ‘위험’과 ‘학습부족’이라는 편견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실내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 비해 지구력과 수업 참여도 등이 높고 면역력, 친화력이 높으며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대기자만 2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심사숙고 끝에 급식 결심
현재 가락본동 어린이집은 총 131명 원생이 있으며 이중 약 20여 명의 아이가 숲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숲유치원 개원 초기에는 학부모가 직접 도시락을 준비해 점심식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부모들로부터 힘들다는 원성이 높아져 하는 수 없이 윤 원장은 위생 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 도시락 급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식단과 맛이었다.

윤 원장은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업체였지만 햄, 소시지 등 인스턴트 식품 사용이 많았다. 음식 또한 짠 맛과 단 맛이 강했다”면서 “유아 시기의 식생활은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힘들더라고 급식을 제공해야겠다고 결심, 그때부터 실내 원생들과 똑같은 급식을 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내 아동보다 더 많은 양 섭취
이에 따라 급식실에서는 131명의 급식을 준비하고 숲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급식을 이동시킨다.

밥과 국, 반찬은 각각 별도의 통에 담고, 식판과 식기류도 깔끔하게 정리한 뒤 비닐팩에 담아 음식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넣고 이동차에 싣는다.

특히 음식은 넉넉하게 담는다. 한아름 영양사는 “실내반 아이들보다 숲유치원 아이들의 먹는 양이 훨씬 많다”면서 “아무래도 실내에서 학습하는 아이들보다 활동량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어 “하지만 늘 빈통으로 되돌아 온다(웃음)”고 덧붙였다.

어르신 도우미, 인성교육까지
숲유치원은 본원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가락본동 어린이집에서 특수 제작한 이동차로 배달된다. 특히 이 과정은 송파구청을 통해 연결된 어르신 도우미가 담당을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짧은 시간의 일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어르신이 근무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침 어르신도 이 일을 하고 많지는 않지만 용돈벌이가 되고 특히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을 하셔서 더욱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어 “할아버지를 자주 만나다보니 별도의 인성교육이 필요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이들은 어르신 도우미의 급식차가 도착하자 바로 일어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며 배꼽인사를 하고, 학습장 안에 급식을 내려놓자 “할아버지 잘먹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또한, 아이들은 어르신 도우미와 함께 급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며 어른에 대한 공경심도 익혀가고 있었다.

유기농, 전통식품 제공 노력
한편 가락본동 어린이집은 아토피 어린이·장애아·일반아동 통합 시설이기 때문에 급식은 유기농 및 100% 국내산 1등급 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전과 오후 간식으로 채소, 과일과 전통식품이 제공된다. 이에 따라 쌀국수, 잔치국수, 고구마, 단호박, 옥수수, 밤, 감자, 떡, 한과, 유과 등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안심하고 먹으며 뛰어 놀수 있도록 돌보는 교육자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락본동 어린이집에는 해맑은 웃음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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