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발효식품’과 ‘학교급식’이 만나면 즐거움 된다
‘전통발효식품’과 ‘학교급식’이 만나면 즐거움 된다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4.03.07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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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하이초등학교 김의자 영양교사

칼럼

5년 전 경상남도 교육청은 학교에 장독대를 만들고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아서 급식을 제공하는 ‘장독대 사업’을 권장·지원했다. 당시 필자는 ‘HACCP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 유통기한도 정할 수 없고 미생물관리도 어려운 전통 장류를 어떻게 만든다는 말이지?’ 라고 의아해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통 요리 연구자, 장인의 연수를 받고 전통적인 레시피와 방식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들고 먹어보니 손이 가긴 했으나 미생물도 관리 할 수 있었고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본교에서는 음력 정월 말(馬)날에 잘 띄워진 국산 메주와 몇 년간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으로 염도계를 이용해 장독대에서 간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특별히 이 날은 학생들은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학습을, 학부모는 공개수업 참관과 급식모니터링을 한다. 뿐만 아니라 간장, 된장, 고추장, 매실원액, 청국장, 식혜, 취나물장아찌, 마늘쫑 장아찌, 배추김치, 백김치 등 전통발효 식품을 만드는 날에는 반드시 체험학습과 학부모 참관을 겸한다.

급식 관계자만 조용히 만들어도 되지만 그 이유가 있다.

바로 몇 해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동료 교사로부터 받았던 충격적인 말 때문이다. 한 교사가 급식 후 “다른 학교에서 먹은 학교급식은 수입산 수산물과 냉동식품을 튀겨주고 김치를 사서 주곤 했는데, 지금은 맛이 없어 먹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에 필자는 “급식에서는 수급이 어려운 것을 제외하곤 모두 국산을 이용하고 있고 김치도 담아서 제공한다”고 답했다. 당시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도 급식을 잘 모르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맛있게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에 필자는 현재 근무하는 학교의 학교장에게 전통발효식품 급식학교를 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의를 했고 흔쾌히 승락을 받았다.

그러자 학교에는 서서히 변화가 시작됐다. 먼저 학생들의 변화다. 한 번은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던 6학년 남학생이 달려와 “선생님, 식혜 언제 또 나와요?”라고 물었다. 이에 필자가 “식혜가 그렇게 맛있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학생은 “네, 매일 나왔으면 좋겠어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이 학생 외에도 식혜가 나오는 날이면 평소에 급식을 적게 먹던 학생들도 식혜를 먹기 위해 배식 줄을 2~3번은 선다.

그리고 조리사들이 변화됐다. 전통발효식품을 만든 이후 취나물이 나는 시기나 학교 텃밭에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으면 조리사가 먼저 장아찌를 담자, 김장을 하자고 건의한다.

학부모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학예회가 있던 날이다. 강당에 아이들 전시물 한 켠에 교내에서 만든 전통 발효식품을 전시하고 식혜를 학부모들에게 대접했다. 이를 보고 섭취한 학부모는 소감록에 영양교사와 조리사에게 ‘감사하고 학교급식을 믿을 수 있다’고 적었다.

교사들도 서서히 급식에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출장을 가는 날에는 급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하는 교사,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교사도 있다.

이처럼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전통 방식과 현대적인 관리법을 접목하니 음식은 더 감칠 맛이 나고 급식을 섭취하는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까지 그 맛과 정성을 이해하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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