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출신 CEO를 만나다
영양사 출신 CEO를 만나다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4.08.22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하지만 도전이란 두려움에 시작도 하지 못하고 힘들어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힘든 순간에도 더 멋진 ‘영양사’가 되기 위해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무거운 두 다리를 일으켜 세운 7전 8기 영양사 출신 CEO가 있다. 그들을 만나 급식 현장에서 익힌 실무를 바탕으로 한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시야 넓히면 꿈을 이루는 영양사가 될 수 있다”
 

▲ 철수식품 김민 대표

지난 5월, 2014 대한민국세계여성발명대회 금상과 농식품부 장관상으로 선정된 기업가가 전직 영양사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모았다. 바로 가열 조리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즉석 죽을 개발한 김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학교와 대기업 위탁업체에서 영양사로 7년여 간 근무하던 김 대표가 지난 2011년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공부한 식품영양학을 더 활용할 방안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식품영양학 전공자로, 단체급식 영양사로만 살아온 그에게 창업의 길은 녹록치 않았다.

김 대표는 “영양사를 그만두고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공부하며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인정받았지만 회사를 여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심지어 사업자등록증 발행 방법도 몰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학 식품영양학 전공 교수 역시 이에 대한 방안을 알지 못해 전문서적과 정부기관에 직접 알아봐야 했다”고 힘든 시기를 회상했다.

특히 그는 “연구자, 영양사라는 직군과 더불어 창업이 가능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 회사 운영의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학문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김 대표는 한 가지 아이템만 취급하기에는 판매제품군이 부족함을 느끼고 가공식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10년여의 공부와 경력을 총동원해 1년 6개월의 연구 끝에 즉석 죽을 탄생시켰다.

특히 김 대표가 ‘죽’ 제품을 연구·개발한 계기는 단체급식 영양사 근무가 바탕이 됐다. 그는 “죽은 단체급식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메뉴 중 하나”라며 “대체식품으로 스프가 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스프 역시 끓은 물을 저어가며 조리해야 하고 특히 소화가 잘 안 되는 밀가루가 들어가 있다.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를 이용해보자고 결심했다”고 전했다.이어 “국내산 발아 현미와 컬러 푸드, 브레인 푸드 등 영양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동결건조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국내 ‘식품영양학’과 ‘영양사’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의사와 영양사가 함께 병을 처방한다”며 “약으로 못 고치는 병도 식품으로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의 처방과 함께 환자 혹은 가족이 식품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10년 후 꿈은 식품영양을 전공한 후배들에게 창업에 대한 정보와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거나 영양사로 근무 중인 후배들에게 “틀에 갇혀 있지 말고 시야를 넓힐 것을 바란다”며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최근에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도전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영양사가 되길 바란다”
 

▲ 동네부엌 박미현 대표

오전 8시 아침검수를 시작으로 조리, 배식, 뒷정리 후 식단 작성, 식재료 발주, 문서정리까지 여느 영양사와 다름없이 근무하는 박미현 대표. 그는 중소 위탁급식업체 대표이자 영양사이며 또한 ‘동네부엌’이라는 친환경 유기농 반찬전문점의 대표 운영자이다.

영양사로 16년을 근무하던 그가 동네부엌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화학조미료를 넣은 음식, 인스턴트 식품, 유전자변형식품, 생산지가 어딘지 모르는 음식들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부터다. 식품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의무감이 생긴 것.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비용에 대한 부담과 자신이 없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8명의 맞벌이 주부와 뜻을 모았다. 8명이 공동출자 형식으로 자본금을 마련했고 동네에서 고정 회원이 되겠다는 50가구를 확보해 운영을 시작했다.

전문 영양사 출신인 박 대표가 식단을 짜고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영양사 출신의 꺾을 수 없는 고집으로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모든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사용했다. 간장, 된장, 고추장도 유기농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구매하고 화학조미료나 향신료를 쓰지 않는다. 대신 다시마, 새우 등을 갈거나 우려낸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튀기거나 볶는 반찬보다 조림과 무침 반찬이 많다. 볶거나 튀길 땐 식용유가 아닌 현미유를 사용한다. 달걀은 유정란만 쓰고 소금은 천일염을 볶아서 사용한다.

박 대표는 “식재료 값이 비싸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이용객이 늘고 있다”면서 “조미료를 쓰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싱겁다’, ‘맛이 없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식재료 고유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윤 창출이 아닌 공동체 삶과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가치를 회사목표로 운영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표가 국내산 채소,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를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생’의 의미라고 한다. 우리 농민의 수요를 보장해야 현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들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후배 영양사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영양사들이 메뉴작성뿐 아니라 조리과정, 급식경영, 회계업무 등에 적극성을 갖고 연구하길 바란다”며 “영양사 업무에 대한 한계를 느끼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또한 “소규모 케터링이나 홈 메이트 형태의 출장 파트 플래너 등도 있다. 폭 넓은 시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한 곳에만 안주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