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식 제공하는 성동구립 다솜어린이집
저염식 제공하는 성동구립 다솜어린이집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11.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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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나트륨과 당 섭취가 아동들의 비만, 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성분의 저감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유기농 급식과 각종 체험학습 등을 통해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고, 건강도 챙기는 구립 다솜어린이집을 찾아가 특화된 방법을 들어봤다.


“짜게 먹으면 어떻게 되죠?”라는 선생님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건강에 안 좋기 때문에 싱겁게 먹어야 해요”라는 아이들의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이어 점심식사로 나온 미역국에 염도기를 갖다 대더니 “이건 안 짜서 몸에 좋은 거예요”라며 너도 나도 염도측정을 하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점심 반찬은 두부조림과 깍두기, 오이무침에 홍합미역국.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도 맛있어 보여 함께 앉아 밥을 먹었는데, 간을 하다가 만 음식 같아 영 밍밍하다.하지만 아이들은 “오이반찬도 맛있고요, 깍두기도 맛있어요”라며 밥공기를 싹싹 비웠다.

평소에 얼마나 짜게 먹었는지를 실감하면서 식사를 마치려는데, 김치와 미역국이 남아있는 걸 본 선영이는 “이거 김치하고 국물하고 다 먹어야 하는 거예요. 자기가 먹을 만큼만 담아서 먹어야지”라고 나무랐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방긋이 웃으며 합창한다. “어서 다 먹으세요”라고.

▲ 다솜어린이집의 조리사가 미역국의 염도를 측정하고 있다.다솜어린이집은 염도측정을 통해 음식이 짜지않게 제공하고 있다.

◆ ‘싱겁게 먹기’ 어린이집서부터

지난 2004년 개원한 구립 다솜어린이집의 조정현 원장은 “개원 이래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원생들 먹을거리”라고 할 만큼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6년부터는 아예 식재료 대부분을 유기농 제품으로 바꾸고, 최대한 싱겁게 조리하도록 노력해왔다. 올해부터는 염도기를 들여와 염도측정을 통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아직 짠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 아동들이기 때문에 인스턴트나 짠 음식에 익숙한 아이들이라도 금방 익숙해지는 게 보통이지만, 못먹는 아동들에게 억지로 먹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고.

싱거운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알아듣도록 설명해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금방 적응하기 때문이다.조 원장은 “3~5월에는 적응이 안 돼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그 시기가 지나면 오히려 나보다 많이 먹는다”며 “오히려 짠 음식에 길들여진 선생님들이 아동들보다 힘들어 한다”고 웃었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텃밭은 아이들의 편식을 없애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계절에 맞는 각종 채소 씨앗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키운 후 다자란 채소를 아이들 손으로 직접 요리해서 먹는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한 결과 편식하는 아동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조 원장은 “어른들도 잘 안 먹는 채소 중 하나인 가지를 직접 기른 후 요리해서 먹도록 했더니 누구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다솜어린이집은 지난 6일 ‘텃밭활동을 통한요리활동’ 프로그램으로 서울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 아동들 건강 생각해 유기농만 고집

아동들의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을 고집하는데, 약 94%에 가까운 수준이란다. 쌀은 친환경농법인 오리나 우렁이로 키운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부식은 (사)생태유아공동체, 이팜 등 유기농 전문 업체 8곳에서 매일 식재료를 받고 있다. 도축된 닭이나 쇠고기 등은 확인서를 입구에 비치해 놓았다. 조 원장은 “유기농 제품을 이용하다 보니 식재료 단가가 많이 올라가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어린이집의 지역적 특성상 가정에서 양질의 음식을 먹기 어려운 형편인 아동들이 꽤 있기 때문에 다솜어린이집에서 먹는 음식만큼은 최고의 품질과 영양가를 갖춘 음식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부모교육’도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달에는 학부모들과 ‘수수팥떡 만들기’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등 저염도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의논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언제든 학부모들이 찾아와급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먹는 것만큼은 걱정안하는 어린이집’으로자리매김하고 있다.

‘영양가득 어린이집 만들기’ 성과 호평

다솜어린이집의 이런 성과 뒤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운영하는 ‘영양가득 어린이집 만들기’ 프로그램이 일조했다. 다솜어린이집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잔반처리 방법, 위생작업 등을 교육받는 수준에 그쳤으나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성동구보건소와 연계된 업체들의 지원도 큰 힘을 발휘했는데, 한요리학원의 도움으로 진행한 ‘호박김치 만들기’ 체험행사는 아동들이 가장 재밌어 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또 유기농 제품만을 고집스럽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도 성동구로부터 소액이나마 보조금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어갈 수 있었다.성동구가 2007년 하반기부터 15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영양가득 어린이집 만들기’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가정통신문이나 직접 교육을 통한 학부모 역량 강화 ▲천연조미료 제조 실습 등 조리종사자 역량강화 ▲보육교사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에만 하더라도 아동과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조리종사자와 학부모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터/뷰 조정현 원장

조정현 원장은 다솜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항상 오유지족(吾唯知足)을 강조한다. 아동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욕심은 굴뚝같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충실하게 살아가자는 의미다. 대신 체험학습을 한번 하더라도 아이들 인생에 추억에 남을만한 기억을 남기고자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리 어린이집이 좋아도 잘먹고, 재밌게 놀다가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게 있겠어요?”

조 원장은 철저하게 아동의 눈높이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오고 있다. 조 원장의 이런 원칙들 때문에 보육교사들이 짊어져야 할 몫은 더 커졌지만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은 없었다. 어떤 사업을 진행하던 구성원들과 함께 상의하고, 합의를 통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직원들 대부분 개원부터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는 ‘장기근속자’라는 점은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올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 엄마이기도 한 조 원장은 “내 자식이 안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들도 절대 안하게 해요”라며 학부모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녀에 대한 궁금증을 언제든 물어볼 수 있도록 학부모 전용 핸드폰도 마련할 정도라고. ‘소통하고 이해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조 원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진호 객원기자 0162729624@hanmail.net 사진_ 양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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