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조리교 ‘집단급식소’ 신고 논란
非조리교 ‘집단급식소’ 신고 논란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7.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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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식품사고 예방 위해”…영양교사 “처벌위한 행정”

학생 수가 적거나 조리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인근 학교에서 조리한 음식을 운반해 급식하는 학교가 있다. 이러한 학교를 ‘비조리 급식학교’라 한다. 그런데 50인 이상이 급식을 한다고 해서 영양교사나 조리원, 급식시설도 없는 이 학교를 집단급식소로 신고해야 하나?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 비난하고 있다.
 

50명 이상의 인원이 급식을 먹고 있지만 조리시설이 없어 인근 학교에서 조리한 음식을 운반해 급식하는 비조리 급식학교를 집단급식소로 신고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사진의 배경은 식약청으로부터 서면 답변을 받은 공문.


지자체가 학교급식소 중 조리실이나 조리기기가 없는 비조리 급식학교를 집단급식소로 신고하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지역 모 초등학교 A 영양교사는 얼마 전 시청 위생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A 영양교사가 공동 관리하는 학교를 집단급식소로 신고하라는 것이다.

문제의 학교는 50명 이상의 인원이 급식을 먹고 있지만 조리시설이 없어 인근 학교에서 조리한 음식을 운반해 급식하는 비조리 급식학교다. 한편, 현행 식품위생법시행규칙 제58조에 의하면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조리장, 급수시설, 창고 등 보관시설, 화장실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조리장, 급수시설 등이 없는 문제의 학교는 집단급식소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식중독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며 집단급식소로 신고하라며 종용하고 있다. A 영양교사는 “비조리 급식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지우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 같다”며 “처벌을 위한 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처벌을 위한 행정 아니냐”

만약 시청의 요구대로 비조리 급식학교를 집단급식소로 신고해야 한다면 영양교사나 조리사가 없는 학교는 공동 관리하는 영양교사의 면허로 신고해야 한다. 결국 한 명의 영양교사가 책임져야 할 학교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2개교를 공동 관리했던 경기도 모 초등학교 B 영양교사는 “공동 관리할 경우, 일주일에 1번 정도 순회근무를 하는데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불가항력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본교 관리도 버거운데 공동 관리 학교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농산어촌의 경우 급식을 공동 관리하는 학교가 많다. 보통 한 명의 영양교사가 본교 외에 1개교를 관리하지만 전북임실군의 경우 1명이 5개교까지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교과부)에 따르면 전국 공동 조리학교는 약 1,530개교라고 한다.

식약청 “급식비 내면 신고해야”

문제가 되는 비조리 급식학교의 집단급식소 신고에 대해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 질의한 결과 “학교급식법에 의거 공동 급식시설을 이용하는 학교의 경우 조리시설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공동 급식시설의 급식에 관한 비용(식품비, 급식시설 운영비, 설비비 등)을 공동 부담할 뿐만 아니라 공동급식시설로부터 조리된 음식을 학교로 운반해 급식하므로 집단급식시설을 설치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급식법에는 공동 급식에 관한 내용만 언급돼 있을 뿐 신고에 관해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학교급식법 제6조 급식시설·설비에 관한 내용을 보면 예외조항으로 ‘인접학교의 경우학교급식을 위한 시설과 설비를 공동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집단급식소 신고에 관한 것은 학교급식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에 따르는 것이 맞다”며 “식약청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떤 협의도 요청해온 것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비조리 급식학교 중 위탁급식 업체로부터 급식을 제공받는 경우에도 신고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비조리 급식학교가 위탁급식 업체로부터 음식을 공급받는 운반급식의 경우에는 별도의 집단급식소 설치 신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똑같이 음식을 운반해 급식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직영급식소에서 관리하는 학교는 신고를 해야 하고, 위탁급식업체에 맡긴 경우에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규제 법 개정 논의

이 문제에 대해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양승조 민주당 국회의원 측은 “조리시설이 없는 학교까지 집단급식소로 신고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규제이므로 간소화될 필요가 있어 식품위생법에 단서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에 대해 국회 법제실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보내왔고 교과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민원이 많다고 해 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또한 양 의원 측은 “식품위생법과 함께 학교급식법 개정도 포괄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급식소 신고 문제에 대해 식약청은 “식품의 원료를 구입에서 조리·운반 및 최종 소비단계까지 위생적으로 관리해 대량급식에 따른 식품 사고나 식중독 등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도 “영양교사들이 여러 학교를 관리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겠지만 사안에 따라 책임소지를 분명하게 밝혀내면 그리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집단급식소 설치·운영 신고를 하지 않으면 식품위생법 제78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지나친 규제로 인해 지금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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