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밥이라고요? 건강 고려한 웰빙식단 제공”
“콩밥이라고요? 건강 고려한 웰빙식단 제공”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01.2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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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위생관리·자율배식…명절엔 특식까지 제공

 

 

가난했던 60~70년대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교정급식에서는 콩의 비율이 최대 20%까지 될 정도로 많이 넣은 ‘콩밥’을 제공했다.
1957년 제정된 ‘재소자 식량급여규칙’에 따르면 당시 노작(노동) 정도에 따라 작업공별로 구분하고 재소자의 식등급은 1~5등으로 구분하며 주식 혼합비율은 쌀 30%, 보리쌀 50%, 콩 20%로 혼합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었다. ‘콩밥 먹으러 간다’가 교도소에 들어간다는 속어로 쓰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962년 7월 재소자에 대한 급식관리를 심의하는 ‘재소자 및 원생급식관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콩’은 점차 사라졌다. 1980년대 들어 교정급식에서 콩밥은 자취를 감췄다.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주식 혼합률 개정법에 따르면 쌀의 비율은 90%로 늘어난다. 그야말로 집에서 먹는 밥과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밥의 양도 달라졌다. 과거는 ‘틀밥’이라 하여 벽돌형 주먹밥을 제공했지만 요즘에는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는 자율배식으로 했다. 주 · 부식의 메뉴는 영양사가 매끼 식단과 칼로리에 맞춰 공급하며, 밥과 부식의 조리는 수용자 중에서 선정한다.지난 5일 찾아간 서울구치소의 급식현장은 생각만큼 딱딱하지 않았다. 밝고 깨끗한 조리환경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수용자들을 위한 점심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날의 중식 메뉴는 두부된장국, 쌀보리밥, 콩나물무침, 배추김치였다.

◆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려주는 ‘착한 식단’

구치소는 판결나기 전까지의 미결수나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 수사 중인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을 수감하는 곳이다. 형이 확정되어 집행을 받게 되면 가는 교도소와 다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김중섭 영양사는 가능하면 절임식품을 사용하지 않고 완제품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음식은 원재료를 구입해 신선하게 조리하며, 깻잎조림의 경우도 직접 만들고 있단다.
김 영양사는 메뉴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미결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 특성상, 수용자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식단을 짤 때, 자극성이 있는 맵고 짠 음식은 피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마음의 화를 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싱겁고 담백하게 조리해 수용자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다. 특히 아침 메뉴는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된장국, 콩나물국, 북엇국 등을 주로 한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로 수용자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해서란다.
저녁에는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류를 제공한다. 제육김치볶음, 쇠고기무국 등으로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칼로리는 활동량이 적은 수용자들을 위해 높지 않게 짠다. 중간식은 건빵을 제공하며, 추석에는 송편, 설날에는 떡국 등 특식을 제공한다.

◆ 철통 같은 ‘위생관리’와 따끈한 ‘적온급식’

서울구치소의 수감자는 현재 2,700명 정도. 많은 인원이 단체급식을 먹기 때문에 식중독 예방에 각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검식은 담당자, 당직간부, 보완관리과장, 보건의료과장, 복지지원과장, 부소장, 소장까지 7단계로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이러다 보니, 검식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위생관리는 철저하다. 모든 검식은 배식하기 30분 전까지 완료된다. 교정급식의 경우 아침에는 수용인원을 점검한 후에 개방하고, 저녁에도 수용인원을 점검한 뒤 폐방하기 때문에 배식대기 시간이 최소 1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식어 수용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때 특히 유용한 것이 바로 ‘전동배식차’다.
‘전동배식차’는 국의 뜨거운 열이 밥까지 전달되는 과학적인 구조로, 별도의 가열장치 없이 밥과 국의 온도가 68℃로 유지된다. 전동배식차가 개발되기 전에는 보온용기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무겁고 비위생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용기의 보온재로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옷 천을 사용하기 때문에, 3~6개월 쓰다 보면 용기가 썩게 된다. 수용자들이 용기를 거칠게 다루다 보니, 용기가 깨지면서 물이 스며들어 보온재인 천이 썩기 때문이다. 서울구치소는 전동배식차의 도입으로, 별도의 보온용기 없이 적온급식을 할 수 있어 급식만족도를 높였다. 배식은 수용동별로 이루어진다. 용기에 7~8인분부터 많게는 60인분까지 담아 각 수용동으로 보급한다. 개별배식에는 깨져도 사람이 다치지 않는 멜라민 식기를 사용한다. 수용동은 격리되어 있으며, 3층 건물이다.

◆ 조리 시 애로사항 개선으로 휴머니즘 실현

 교정급식에서는 수용자가 직접 조리를 한다. 조리원은 강제 노역자와 자원자로 구성된다. 그러나 자원한다고 모두 조리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칼과 같이 위험한 식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리 실력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폭력성향이 없는 죄질을 기준으로 조리원을 선발한다. 그러다 보니 조리하는 과정에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서울구치소는 미결수들이라 길어야 1년, 짧으면 3개월 단위로 조리원이 바뀐다. 그러다 보니 같은 메뉴라도 맛이 계속 바뀐다.
김중섭 영양사가 대표로 있는 ‘바른급식사랑방’은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교정급식 표준레시피’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경험이 부족한 조리원도 쉽게 음식의 일정한 맛과 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단별로 작업을 표준화했다.
한편 취사장은 교도소 내에서 대표적인 기피직종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365일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취사장의 열기로 찜통 더위를 참아야 한다.
김 영양사는 이러한 조리원의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민하다가 전동배식차도 개발하게 됐다. 전동배식차는 운반에 힘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있어 내리막길에서도 안전하다.
김 영양사는 “무엇보다도 운반 시간이 줄어들고 보온도 잘 되어, 따뜻한 밥과 국을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울구치소에는 인권을 생각하는 휴머니즘의 급식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용자도 고객으로 생각하고 최선 다해”

 

■ 김중섭 바른급식사랑방 대표 (영양사·이학박사)

“수용자도 고객으로 생각하고 최선 다해”
군 영양장교부터 시작해 20년간영양사로 근무했습니다. 서울구치소는 2005년에 왔습니다. 일부에서는죄 지은 사람들 잘 해줄 필요가 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수용자를 ‘고객’으로 생각해 최선을 다합니다.
수용자도 밖에 나가면 똑같은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도 영양사지만 가끔 교정급식이 가정식보다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로 잘 나옵니다(웃음).
작년 7월부터 ‘바른급식사랑방’에서 추진팀을 구성하여 전동배식차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바른급식사랑방은 법무부 교정기관과 소년보호기관의 영양사 71명과 급식담당자로 구성된 전문 연구모임입니다.

저희 팀은 국내 전동차 업체인 (주)다이레카와 협력하여 부품 하나, 바퀴 하나까지 세심하게 선별해 제작했습니다.
기계를 잘 몰라서 자동차 정비공을 초청해서 자문도 받았습니다. 휴일에 모여 연구하느라, 팀원들 고생이 컸는데요. 한 팀원은 “대표님이랑 일하면 가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 반대가 심했지만 지금은 다들 무척 좋아합니다. 작년 12월부터 서울구치소에 6대를 시범 도입하여 올 9월까지 계속 보강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그 성능을 인정받아 지난달부터 대전교도소 등 11개 기관에서 50대가 운영 중입니다. 개발단계부터 급식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현장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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