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재생 '왜곡보도'에 상처받은 '학교급식'
반복 재생 '왜곡보도'에 상처받은 '학교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5.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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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급식 리베이트 뉴스, 새로운 사실인 양 보도
실추된 명예회복 위해 "경찰 수사 차라리 잘 됐다"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의 발표 이후 각종 언론매체에서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대부분 사실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보도여서 학교급식 사회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매체의 온라인 기사 캡쳐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의 발표 이후 각종 언론매체에서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대부분 사실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보도여서 학교급식 사회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매체의 온라인 기사 캡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어이없는 신문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왜곡보도에 많은 상처를 받아 최근에는 뉴스를 아예 안 봅니다”

“학교 행정실에 갈 때마다 눈초리가 부담스러워 견디기 힘듭니다”

학교급식이 잇따르고 있는 언론의 왜곡보도에 멍들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권한대행 김원찬, 이하 서울교육청)은 (주)대상 등 4개 식재료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학교 영양(교)사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최소한 100만 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영양(교)사들에 대해 정직과 감봉뿐만 아니라 해고에 이르는 징계와 함께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하지만 발표에 뒤이어 정확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언론보도로 사실이 왜곡돼 전달되고, 이 때문에 학교는 근거 없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로운 비리처럼 반복 재생하는 언론

일단 이번 서울교육청의 감사는 독자적으로 진행한 새로운 감사는 아니다. 감사는 지난 2016년 8월 국무조정실이 진행한 학교급식 실태조사로 인해 시작됐다. 국무조정실은 당시 식재료업체들이 학교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영업 공세를 펼치며 식재료 사용을 대가로 상품권이나 캐쉬백포인트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의 발표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가 이들 식재료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공정위는 지난해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학교 영양(교)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서울교육청의 발표는 2년 전 국무조정실 발표의 연장선이며, 공정위와 교육부 그리고 교육청은 지난 2년간 똑같은 사안을 조사하고 있었던 셈이다.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지침을 받아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왔고, 서울교육청은 교육청 중 유일하게 언론에 직접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이 같은 사전 맥락을 언급하지 않은 채 마치 서울교육청이 새로운 급식 비리를 공개한 것처럼 호도하면서 “학교 부실급식의 원인은 이 같은 리베이트 때문”이라며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서울지역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전국 학교에 종사하는 영양(교)사가 1만 명이 넘는데 그 중 일부의 일탈행위로 인해 모두가 동일한 행위를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지난 2년간 똑같은 사안이 똑같은 제목으로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확인마저 거치지 않는 언론에 대해 영양사단체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히 ‘경찰수사’ 선택한 교육청

일부에서는 “서울교육청이 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수 사실을 부인하거나 혹은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인 영양(교)사는 징계에서 제외됐다”며 서울교육청 감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보도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교육부에 명단리스트를 전달하면서 “해당 명단은 대리점 등 업체의 PC에서 확보된 것으로 공정위는 학교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 영양(교)사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명단”이라며 사실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자료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본지 226호·227호(2017년 10월 30일·11월 13일자) 참조>

교육부는 학교명과 금액만이 기재된 명단리스트를 17개 시·도교육청에 다시 전달했고, 이에 대해 교육청은 해당 기간(2012년~2016년)에 근무한 영양(교)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뒤 관련 영양(교)사들을 비공개로 조사해왔다.

하지만 교육청 또한 해당 업체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어 불확실한 명단리스트를 근거로 해당 영양(교)사들에게 사실 여부를 묻고, 시인하도록 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조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범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영양(교)사를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서울교육청은 고민 끝에 ‘경찰수사’를 선택했다. 식재료업체들이 사용한 상품권과 캐쉬백포인트의 명확한 사용처를 밝히기 위해서는 경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17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취해온 감사관협의회의 합의내용을 뒤집는 것이었다. 서울지역 B중학교 영양교사는 “서울교육청이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으로, 서울교육청이 부실 조사했다는 언론의 비난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양(교)사들 누명, 이제 풀어야”

공정위가 파악한 리베이트 명단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명단에 따르면 해당 업체가 리베이트를 제공한 학교는 (주)대상이 3200여 곳, CJ프레시웨이가 747곳, 동원F&B는 499곳이었다. 그리고 풀무원 푸드머스는 가장 적은 148곳이었으나 리베이트 금액은 5억 원에 달했다. 언론에서는 이 같은 숫자를 모두 더해 4500여 곳이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국에 초·중·고교는 모두 1만 2000여 곳. 공동조리교 등 실제로 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를 제외한 1만여 곳 중에서 4500여 곳이라면 전체 학교 중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셈이다.

경기도 C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모든 영양(교)사가 전부 결백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규모”라며 “중복된 학교도 많을 것이고, 실제로는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명단에 포함된 학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에서는 단순히 발표된 학교 수만을 더해 학교급식 관계자 전부를 비리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영양(교)사들은 오히려 서울교육청의 경찰 고발을 반기는 분위기다. 경찰이 학교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와 학교에 접촉한 홍보영업사원들까지 수사하면 선량한 영양(교)사들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인천지역 D초등학교 영양교사도 “처음에는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어느 날 교육청 감사부서에서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며 “해당 업체 홍보영업사원을 만난 적도 없고, 받은 것도 없는데 뭘 어떻게 해명하라는 건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해당 업체에 전화해보니 자기들도 모른다고 알아서 하라는 투로 답변해 더욱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E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언론보도를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화가 났는데 차라리 잘됐다”며 “해당 업체와 홍보영업사원들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한 점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사실이 밝혀져 억울한 영양(교)사들의 명예가 되찾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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