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를 듬뿍 깔고 밀가루 반죽을 얹어서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지진 파전은 동동주 한 사발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음식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막걸리 덕분에 유독 많아진 것이 파전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기도 하다. 젓가락을 들고 파전 가장자리가 노릇노릇 익어갈 때 침을 삼키며 기다리는 재미 또한 별난 요리다.
■ 함께 모여 먹어야 더 맛있는 파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파와 단백질 그리고 칼슘이 풍부한 해물이 듬뿍 들어간 파전은 한 장만으로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신선한 해물에 파를 더하고 밀가루 반죽을 얹어 부쳐내면 고소한 향과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그만인데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더 맛있고 분위기도 흥겨워진다. 한 장 부쳐내기 무섭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뜨거운 것도 잊고 먹다 보면 금세 접시가 바닥나기 마련이다. 만드는 사람 역시 가장자리가 노릇노릇하게 익기를 기다렸다가 공중으로 날려 뒤집어 프라이팬으로 받아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것이 파전 부치기다.
■ 비오는 날에 더 먹고 싶은 파전
파전은 비오는 날이면 더욱 간절해진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는 기름을 두른 팬에 부침 반죽을 넣고 익힐 때 나는 기름 튀는 소리가 빗줄기가 땅바닥이나 창문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해 자연스럽게 비와 부침개를 연상하게 된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이를 소리 공학연구소에서 실험해본 결과, 부침개 익히는 소리와 빗소리의 진폭이나 주파수가 거의 같다고 하니 영 근거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또 비가 오면 상대적으로 우리 몸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혈당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반응으로 밀가루 음식이 자연스럽게 당긴다는 것이다.
■ 동래파전
전 종류 중 지역 이름과 함께 유명한 것이 동래파전이다. 부산 동래는 미나리와 쪽파의 명산지인 언양과 해산물이 풍부한 기장에서 가까운 온천마을이다. 큼직한 번철에 쪽파를 두툼하게 깔고 그 위에 5~6가지의 해물을 얹은 다음 다시 파와 미나리를 씌워 기름을 슬슬 끼얹으면서 익힌다. 그리고 찹쌀과 멥쌀을 갈아 섞은 반죽을 얹어가며 마지막에 달걀을 풀어서 색깔을 낸 것이 바로 동래파전이다. 푸짐함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파전 하면 동래파전’이라는 말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