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자재 최저가 입찰제… 어쩌나?
학교 식자재 최저가 입찰제… 어쩌나?
  • 설동훈
  • 승인 2011.04.11 14: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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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급식 + 업계 육성 위한 제도개선 필수

공급자·소비자 입장 달라 보완책 시급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의 납품과정에 적용하는 최저입찰가를 둘러 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구제역과 이상기후 등으로 최근 식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학교들이 최저입찰가로 제품을 구매,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급식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급식현장의 실무자인 영양(교)사들은 최저입찰가로 구매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업계가 자체의 문제점은 도외시한 채 모든 문제를 마치 학교 및 영양(교)사들의 탓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연쇄도산 급식 질 저하 우려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식재료의 최저입찰가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업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볼멘소리를 해왔지만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묻혀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제역과 AI, 이상 한파 등의 여파로 신학기 들어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식자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이에 따라 소규모 학교 간에 공동구매가 활기를 띠고 최저입찰가로 구매하는 품목이 늘어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한 달 사이에 부산과 청주지역에서 20년 이상 영업을 해온 중견 식자재 납품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이들 업체의 도산 원인이 최저입찰가에 기인한다는 인식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실례로 학교급식을 포함한 단체급식 시장에 식자재를 생산·유통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현재 급식 식자재 납품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최저입찰가 방식이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도산하는 업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들은 차제에 업계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최저입찰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적어도 이러한 업계의 주장이 단순한 엄살이 아닌 사실이라면 최저입찰가 제도는 관련 업계와 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학교급식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양질의 급식 제공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정적인 생산, 공급 시스템 구비 선결돼야
하지만 이 같은 업계의 주장에 대해 학교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영양(교)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영양(교)사들이 업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반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식자재 구매가격이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최저입찰가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G2B로 식자재 구매를 할 때 2,000만원 이상일 경우 낙찰가격은 87.745%를 적용하고 2,000만원 이하의 경우 90%를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춘천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업계에서 말하는 최저입찰가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조사한 시장조사 가격에 근사치를 제시한 업체 중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데 그것을 최저입찰가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실제로 최저입찰가여서 영업이익의 발생이 없다면 응찰을 말아야 하는데 그런 불만을 제기하는 업체조차도 응찰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는 소비자중심적인 판단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중견 식자재 생산·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학교에서 사전 조사했다는 시장가격이라는 것은 하나로마트나 이마트 등 대형 할인판매점의 판매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방문해 직접 구매하는 할인점과 학교까지 물류 배송을 해주는 업체의 제품가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자체가 무리”라며“더욱이 학교 식자재 납품의 경우 개개 학교에서 원하는 검수시간을 맞추려다보면 배송차량 한 대가 3개 학교에 공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배송차량 증가와 배송기사 증원이 불가피하며 이는 유가 및 인건비 상승을 감안할 때 업계의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지고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저가 식자재는 어불성설
최저입찰가로 인한 급식의 질 저하라는 부분에서도 학교 및 영양(교)사와 업계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영양(교)사들은 업계가 주장하는 최저입찰가 = 저질 식자재라는 등식이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식자재를 구입할 경우 품질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구매과정에서 보면 업체가 지나치게 마진폭을 늘려 잡아 오히려 학교에서 단가를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이런 경우에도 업계는 이를 최저입찰가라고 항변하고 그래서 식자재의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식자재의 구매는 설령 최저입찰가를 적용, 구입해도 제품의 브랜드명을 명시하고 학교급식운영위원회의 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영양(교)사들의 중론이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아이들에게 급식으로 제공되는 식자재를 무조건 저가인 제품으로 구입해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최저입찰가를 적용할 경우 제품의 품질에 대한 우려로 검수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 있어 영양교사들도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학교에서 구입하려는 제품의 브랜드 명을 명시해도 유통마진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마진이 발생하는 다른 제품을 납품할 수 밖에 없으며 이 같은 현상은 실제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업계는 이러한 행태가 결국 급식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무실에 책상 하나 전화기 한 대 놓고 무조건 최저가에 납품하는 유령회사를 양산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품, 물류비용 분리 입찰”의견도
이처럼 논란이 가열되면서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논란의 방지를 위해서도 현행 입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 제품가격과 유통·물류비용을 하나로 통합한 입찰가격이 아닌 제품과 유통·물류비용을 분리한 입찰제도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급식식자재위생관리협회 측은“현재의 최저가입찰은 품질보다 가격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한 급식이라는 측면에서 위배되고 업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처사”라며“향후 제품 단가와 물류 단가를 분리해 입찰하는 제도로 개선, 관련업계의 건전한 육성과 학교급식의 질적 제고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물가대란’으로 식자재 구입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최저입찰가 관련 논란은 양측의 상반된 주장 속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관련업계의 도산은 계속 이어지고 급식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양질의 급식을 유지하면서 관련 업계의 건전한 육성이 가능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최저입찰가로 인해 급식이 질이 저하되거나 관련 업체가 도산할 경우 이는 직접적으로 학교급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의 최저입찰가 적용과 관련,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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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제빠 2011-04-11 16:23:34
급식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학교급식뿐 아니라 모든 단체 급식이 마찬가지 입니다.관공서,산업체....
양질의 식단을 원하면 그만큼의 가격이 맞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무조건 싸게할 수 는 없습니다.
제대로된 급식을 원한다면 시장가격을 제대로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