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교)사, 중노동 시달리는 고교 근무“무서워요”
영양(교)사, 중노동 시달리는 고교 근무“무서워요”
  • 설동훈
  • 승인 2011.04.2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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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아침급식 실시 앞서 근무여건 개선·추가인력 배치 등 해결돼야

중식과 석식 등 1일 2식 급식을 시행 중인 고등학교(이하 고교)에 대해 조식까지 급식하는 방안이 일부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급식 업무를 담당하는 고교 영양(교)사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불만은 최근 들어 고교 근무 기피 추세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제공을 위해서라도 근무여건 개선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 16시간 급식에만 매달려

고교 근무 영양(교)사들의 불만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생을 위주로 아침 급식을 시행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2식을 시행하는 현재도 열악한 근무여건이나 노동 강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태에서 조식까지 시행할 경우 장시간 중노동이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양(교)사들이 고교 근무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근무여건과 강도 높은 노동량 등이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야 할 학교급식 관리에 크게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고교의 영양(교)사들은 중식과 석식 등 2식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조식을 시행하는 학교의 경우 조식과 중식, 석식 등 3식을 제공해야 한다.

2식을 제공하는 경우 식재료 검수를 위해 출근을 아침 7시 40분까지 해야 하지만 조식까지 제공할 경우 출근 시간은 새벽 5시 30분으로 앞당겨질 수 밖에 없다.
3식을 하는 학교의 영양(교)사는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 석식을 끝내면 퇴근 시간은 밤 9시 30분이다. 하루 16시간을 학교 급식에만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명절 연휴 빼곤 휴일 없어
여기에 고교의 경우 방학 중에 보충수업을 시행하는 학교가 많아 영양(교)사는 방학에도 출근,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기숙형 고교의 경우는 휴일에도 급식이 이뤄져 결국 1년 중 설연휴와 추석연휴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여건인 셈이다.

인천 지역의 한 고교 영양(교)사는 “고교 영양(교)사의 경우 명절 연휴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는 날이 없는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며“매일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개인 및 가정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많아 영양(교)사들 사이에서는 고교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노동량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교의 경우 2식 또는 3식의 급식을 시행, 식단 구성도 초·중학교와 달리 조·중·석식 식단을 각각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 식재료 구입도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한달에 15일 정도는 입찰준비에 매달려야 하며, 급식시설 관리와 관련된 각종 서류정리에 이르기까지 업무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승진 불이익도 이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급식이 완료되면 각종 급식 기자재의 위생상태를 HACCP기준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급식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영양(교)사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편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형편없는 처우도 영양(교)사의 고교 근무 기피 요소가 되고 있다. 연중무휴로 1일 2식∼3식을 책임지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고교 영양(교)사라고 해서 급여가 초·중 영양(교)사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법정 노동시간 초과 부분에 대해 시간당 8천여원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뿐이다.

여기에 승진이나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는 방학 중에 실시되는 연수교육 참가도 급식을 책임져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승진이나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추가인력 배치 등 개선대책 시급
이처럼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고교근무 기피 추세가 확산되면서 이들의 근무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즉 2식∼3식, 그리고 방학 중 급식 시행 학교에 영양(교)사를 추가 배치, 1일 2교대 근무체제로 운영하는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제주지역 고교의 한 영양(교)사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1일 3식은 고사하고 2식조차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추가인력의 배치는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지 않는 한 영양(교)사의 고교 근무 기피 추세는 더욱 심해지고 안전한 식단관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이 예산상의 문제로 인해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데 있다.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개개 시·도 교육청이 추가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확보,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순자 제주도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주무관은“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이로 인해 고교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조 영양사 등 추가 인력배치가 관건이지만 이는 예산상의 문제가 발생, 교육청 차원에서 해결하는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제에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급식 업무가 지방사무 영역이기 때문이다. 김동로 교과부 학생안전건강과 주무관은 “학교급식은 지방사무로 시·도 교육감의 업무영역이며 따라서 교과부가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양(교)사의 고교 근무 기피와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급식사고의 방지를 위해서도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업무 영역을 떠나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지원 및 지침 마련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교 영양(교)사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시·도 교육청이 초등학교 조리원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는 것처럼 고교에도 지원하여 업무량을 경감시키고 고교 근무 영양(교)사들의 인사고과와 고교 전보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별도 인사 인센티브제 등의 각종 지원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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