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자재 유통업체 경영난 가중
학교 식자재 유통업체 경영난 가중
  • 이원식 기자
  • 승인 2011.06.15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지역 3곳 부도… 업체간 경쟁 심화, 저가입찰도 문제
▲ 저가입찰과 납품가 인하 등으로 식자재 유통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말 부산지역 초·중·고에 식자재를 공급해온 유통업체가 납품을 중단해 해당 학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지역은 대형 유통업체의 급식 중단사태가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되풀이돼 고질적인 문제로까지 지적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이하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부산지역 초·중·고 85개교에 급식 식재료를 납품하던 H사, S사, P사 등 3개 급식업체가26, 27일 납품 중단을 통보했다”며 이에 “해당 학교들은 식재료를 대형마트와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식단을 변경해 대체메뉴를 준비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급식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또 이달부터 신규 업체가 식자재 공급을 맡게 돼 급식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입찰·납품단가 인하 악순환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급식 중단은 공개 입찰제로 인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저가입찰을 받은 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결국 부도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산지역 식자재 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저가 입찰로 인해 납품 단가는 낮아지고 채소나 고기 값이 오르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경영사정이 나빠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식자재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라도 충분한 자본없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과도한 어음을 발행할 수밖에 없고, 자금 회전이 원활치 못할 경우 결국 부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부도는 이들과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벤더)에게도 고스란히 연쇄 피해를 안겨주는 상황이다.

H사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몇 년 간 납품을 하면서 수금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H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채무액이 쌓인 것 같다. 대형 유통업체가 자금 압박으로 경영을 중단하면 협력업체 역시 바로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일부 협력업체 중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유리한 입찰을 위해 사업자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도 있어 재산상 압류 등의 피해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계약방식 ‘식자재 관리’ 어려워
부산에서 수산물 식자재를 제조하는 한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사업을 시작했고, 협력업체들은 유통업체의 부도 가능성이 있는 걸 알면서도 다른 납품의 판로를 찾기 어려워 대안없이 식자재를 납품해 왔다. 이런 관계가 계속되다보니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식자재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계약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달에 한 번 학교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식자재 구매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효율적인 공급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 두 달에 한 번, 길게는 6개월에 한 번 입찰할 수 있도록 계약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계약 기간을 한 달 이상 늘려 식자재를 공급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제역파동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특정 품목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오히려 장기계약이 더 불리할 수 있다. 다만 식자재 수급 물량이 크지 않은 초등학교나 일부 중학교의 경우에는 영양(교)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 달 이상으로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의 경우에는 최근 교육청, 영양(교)사, 급식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갖고 학교급식지원센터와 학교 간의 수의계약 허용, 계약기간 완화(6개월 이상), 표준 식단제 도입 등 학교급식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함으로써 관련 업계와 관계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차제에 일선 교육현장과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원활한 식자재 공급에 관한 방안을 마련하고 문제점을 하나씩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해결에 공통된 해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