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조리인력 공백… “어디 누구 없소”
심각한 조리인력 공백… “어디 누구 없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23 11: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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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 퇴직 ‘무려 1만4000명’
자발적 퇴직자는 급증하는데 신규인력 충원마저도 어려워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3년간 퇴직한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가 무려 1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퇴직율이 급증하는 반면 신규인력 충원은 어려워지고 있어 급식 현장의 ‘조리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막연하게만 여겨지던 급식 현장의 조리인력난이 매우 구체적인 수치와 현황으로 드러난 것이어서 경각심을 주고 있다.

강득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17개 시·도 학교급식 종사자 퇴사 및 신규 채용 미달 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만3944명의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가 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자는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상승해 2020년 3447명이 퇴직한 데 이어 2022년에는 5408명이 퇴직했다. 2022년 2월 28일 기준 전체 학교급식 조리 종사자가 6만1944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퇴직율로 2022년 한 해에만 전체 조리 종사자의 약 9%가 급식 현장을 떠난 것이다.

지난 18일 열린 강득구 국회의원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공동 기자회견 모습.
지난 18일 열린 강득구 국회의원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공동 기자회견 모습.

자발적 퇴직자도 큰 폭으로 상승해 2020년 1328명에서 2022년에는 두 배가 넘는 3016명이 퇴직했다. 여기에 입사 후 6개월 이내 퇴직하는 비율도 더욱 커져 2020년 316명에서 2022년에는 1104명으로 세 배나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지방보다 서울과 경기지역 상황이 더 심각했다. 서울지역의 지난 3년간 퇴직자는 1594명에 달하며, 경기지역은 무려 3787명이나 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조리인력이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신규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은 2022년 580명이 퇴직해 지난 4월 1일까지 647명을 신규 채용하려 했으나 실제 채용된 인원은 316명뿐이었다. 절반 이상이 미달된 것. 부산지역도 채용의 어려움은 비슷해 315명을 모집했으나 절반 수준인 156명만 채용됐다. 

전국적으로 봐도 채용 미달 현상은 심각하다. 올해 4월 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신규 채용한 인원은 4023명이며, 아직 채용되지 않아 부족한 인원은 873명이나 된다. 

이 같은 조리인력난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조리업무 기피’ 현상과 과도한 노동강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조리흄에 의한 폐암 발생 등도 조리인력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경숙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애초부터 열악한 노동환경과 과도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던 학교급식 조리실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노동강도가 더 세졌다”며 “이전보다 열악해진 노동환경이 퇴사와 충원 미달을 부르고, 이로 인해 노동환경은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강도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조리 종사자 배치기준 조정을 통한 추가 인력 투입이지만, 최근 조리업무 기피 현상을 본다면 언제 성과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 따라서 각 교육청에서는 조리과정을 단순화하거나 자동화 설비를 더 투자해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각에서는 이제 외국인노동자의 단체급식업종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20여 년 가까이 꾸준히 쌓아온 학교급식 체계가 조리인력 부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근본적인 대안이 무엇일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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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2023-04-25 16:56:50
정년퇴직인지 / 사직서 제출에 따른 퇴직인지 구분이나 좀 하고 기사를 쓰지. 시기적으로 대규모 정년퇴직이 일어나는 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걸 감안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해석이 되어버림

급식종사 2023-04-24 11:00:26
교육청 조리인력 구인이 이렇게 어려운데, 교육청 외의 기관들은 말할 수 없이 더 심한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급식의 식단가는 높지 않으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줄 수 밖에 없고, 수반되는 온갖 열정 노동과 그에 따르는 각종 근골격계질환에 폐암까지.. 거기에 지켜야만 하는 각종 법규들..
일하고 싶게 만드는 희망은 정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우울한 현실이 급식업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지치게 하고 탈출하고 싶은 마음만 들게 합니다.
이러다 급식업계에 남는 직종은 조리원도 조리사도 영양사도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