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조리실 환기시스템’에 이정표를 찍다
‘학교 조리실 환기시스템’에 이정표를 찍다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7.10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리실 환기시스템 교육·모델관
후드, 조리대보다 15cm 크게 설치해야 효율적인 연기 포집 가능
창문 등을 통해 급기 이뤄지는 조리실, 기류 2.5m/s 넘지 않아야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최근 ‘조리흄’에 의한 조리 종사자들의 폐암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단체급식 조리실 환기장치 및 설계 등에 대한 표준방안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이하 환기 가이드)’가 고용노동부에 의해 마련된 지 2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 현장에서는 환기 가이드 적용과 관련해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장에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2023 우수급식·외식산업전(이하 급식전)에서는 환기 가이드를 실제로 구현한 ‘급식조리실 환기시스템 모델관’을 전시장에 선보였다. 그리고 환기 가이드 연구를 직접 수행한 하현철 창원대학교 스마트그린공학부 교수를 초청해 ‘학교조리실 환기방안 연구 책임자에게 직접 듣는 환기 가이드 핵심내용’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급식전에서 진행된 모델관과 하 교수의 특강 중 주요 내용을 대한급식신문이 요약했다. 

- 편집자주 -


국소배기장치 설치는 ‘필수’

환기 가이드에서는 제일 먼저 ‘국소배기장치’ 설치를 주문했다. 조리과정에 발생하는 각종 증기, 가스, 냄새, 초미세입자, 유기화합물 등을 외부로 배출하는 설비가 바로 국소배기장치다. 후드와 덕트, 공기정화장치, 송풍기로 구성되는 국소배기장치가 중요한 이유는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을 노출시키지 않고 조리실 밖으로 배출하는 핵심 설비이기 때문이다. 

조리실 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나 유해입자들을 ‘포집’해야 한다. 그 역할을 후드(Hood)가 한다. 환기 가이드에서는 이 같은 후드 모양에 대해 ‘조리대에서 발생한 유해입자 등을 포집할 수 있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것이 ‘박스형 후드’다. 조리작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후드의 양 측면과 뒷면을 막아 연기가 후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조리실 환기설비 가이드를 구현한 모델관에서 교육청 관계자와 영양(교)사들이 환기성능을 살펴보고 있다.
조리실 환기설비 가이드를 구현한 모델관에서 교육청 관계자와 영양(교)사들이 환기성능을 살펴보고 있다.

후드의 규격도 중요해 조리대보다 사방 15cm 이상 후드는 크게 해야 한다. 무조건 조리대보다 커야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를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기 때문. 또 후드의 높이는 조리대에서 1.2m 위에 설치해야 배기 효율이 가장 좋고, 후드의 폭은 1.8m 이내로 하되 1.8m를 초과되면 후드를 2개로 분리한다. 

자칫 후드 넓이가 지나치게 크면 실질적으로 외부로 공기를 빼내는 역할을 하는 덕트(Duct)의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조리대에 화구를 2개 이상 설치해서 후드의 폭이 넓어지면 반드시 덕트도 2개를 설치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후드의 성능이다. 후드가 조리대에서 발생한 연기를 제대로 빨아들이도록 유속(공기의 흐름 속도)의 기준을 정했다. 조리대·튀김솥의 후드 개구면은 0.7m/s, 오븐·밥솥·국솥은 0.5m/s다. 이는 하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수치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조리흄이 급식 종사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하 교수의 특강에서도 ‘공기 유속’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학교마다 조리실 높이, 화구의 수, 조리대와 외부 거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비전문가가 국소배기장치를 설계했을 때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공기 유속 0.5~0.7m/s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실증연구 끝에 도출된 환기 가이드는 매우 심플하게 규정되어 있고 일선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조리대 높이 3.5m와 후드와 덕트 개수만으로도 충분히 공기 유속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기’만큼 중요한 것 ‘급기’

환기 가이드에서 국소배기장치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은 바로 ‘급기’다. 배기가 이뤄졌으면 당연히 그 공간에 새로운 공기가 유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급기시스템이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창문 등을 통해 공급하는 ‘자연 급기’ 형태다. 

환기 가이드에서는 창문 등 개방된 면을 통해 급기가 이뤄지는 조리실이라면 들어오는 기류의 속도는 2.5m/s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 이유는 이미 완성된 조리실 내 배기시스템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 즉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강하면 배기시스템이 제대로 연기를 흡입하지 못해 조리흄으로부터 조리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자연 급기가 어렵거나 유입되는 기류의 속도가 2.5m/s를 초과하면 급기설비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하현철 창원대학교 교수가 특강을 하는 모습.
하현철 창원대학교 교수가 특강을 하는 모습.

또한 급기설비는 필터 혹은 방충·방서시설을 필수로 해야 하고 자연 급기 없이 강제 급기를 해야 한다면 배기 유량의 90%를 상회하지 않는 수준으로 급기량을 결정해야 한다. 

하 교수는 특히 급식실 환기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시스템 도입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료가스 노출이나 유해가스의 과도한 발생을 감지하는 감지기·경보기 등을 필히 설치해야 한다. 

하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조리실의 낮은 층고 등으로 후드와 덕트를 조리대 위에 설치할 수가 없다는 반론을 자주 제기하는데 환기 가이드에는 후드와 덕트를 반드시 조리대 위에 설치하라는 기준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공기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한 조리대 옆이나 뒤에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리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조리대 위의 공기 유속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