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산물 급식 확대 요구… 불편한 ‘급식업계’
정부의 수산물 급식 확대 요구… 불편한 ‘급식업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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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단체급식업계에 지나친 수산물 소비 확대 ‘압력?’
급식 관계자 의견 필수… 먼저 안전성 확인해 국민께 알려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국내 단체급식업계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오염수 방류로 위축된 수산물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 단체급식업계가 앞장설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국민들에게 수산물 안전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라며 “단체급식산업을 대량의 수산물 소비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 편집자주 -

 

수협과 5개 대형위탁급식업체가 수산물 소비를 늘린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협과 5개 대형위탁급식업체가 수산물 소비를 늘린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1. 지난달 30일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 이하 해수부)와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수협중앙회는 국회에서 5개 대형위탁급식업체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식을 열었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부와 여당은 우리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 확대와 함께 수산물을 활용한 레시피 개발을 급식업체에게 요청했다. 이들 업체들은 메뉴와 식단 등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사와 협의 없이 임의로 수산물 식단을 늘리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지만 정부와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지난달 30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학교급식소를 방문해 조리된 음식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지난달 30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학교급식소를 방문해 조리된 음식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2. 같은 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충남 부여 백제초등학교 급식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학교급식에는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안전이 확인된 식재료만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꼼꼼하게 관리하는 만큼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영양(교)사들은 장 차관의 방문과 관련한 언론사 취재를 극도로 경계했다. 혹시라도 수산물 관련 보도에 취재원이 되면 학교나 학부모들에게 어떤 항의를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단톡방에서는 언론사의 어떠한 취재도 응하지 말자고 의견을 교환했다.

#3.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에 위치한 수협 인천가공물류센터를 방문했다. 이곳 물류센터는 급식용 수산물을 소분·포장하는 곳으로 오 처장은 주로 수산물 방사능 검사체계를 살펴봤다. 이를 지켜본 또 다른 수산물업체 관계자는 “단체급식 수산물업체 모두 방사능 검사장비를 갖추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검사장비 도입과 운영비는 고스란히 수산물 가격에 반영되는데 참으로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수산물 써달라”… 급식업계 난색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이후 단체급식업계는 특별한 움직임 없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보도를 통해 나오는 수산시장의 수산물 소비 급감과는 다르게 수산물을 식단에서 일괄 제외하거나 반대로 적극 활용하자는 등의 의견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영양(교)사들은 학교 측과 협의해 수산물 발주를 줄이고 대체 식단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을 상당수 보이고 있다. 또한 유치원 등 어린이급식을 지원하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들은 수산물 대체 공통식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나름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이 수산물 급식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어 일단 편성된 식단대로 운영하되 의견이 들어오면 대응하겠다는 자세다.

이는 민간급식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형위탁급식업체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객사의 요청을 바탕으로 식단을 작성하기 때문에 고객사가 수산물 식단 편성을 반대하면 제공하기 어렵다. 1개 업체당 수백여 개 위탁급식소를 운영하기 때문에 대형위탁급식업체들은 별도의 지침 대신 각 사업장별로 고객사와 소통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수산물 사용 요구가 이어져 업계에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급식시스템을 무시한 식단 편성을 요구해도 업체들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라며 “강제로 수산물을 먹이려고 하면 반감만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자재 공급업체 관계자는 “일은 정부가 저질러놓고 단체급식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과거 특정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어 물량이 남아돌면 군급식 등에 대량으로 밀어 넣은 것과 똑같은 행태이자 단체급식업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확한 정보전달 우선되어야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부터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다. 정부는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은 기본적으로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하도록 지침에서 권고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산물은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국내 연안에 도달하기 전 태평양에 먼저 도착할 것이고, 그 태평양에서 잡힌 수산물이 수입돼 국내로 들어온다면 이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답답해했다. 

인천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방사능물질 농도가 희석되면 안전하다고 하는데 일본은 지금도 매일 수백t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며 “방사능물질 소멸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방사능물질이 얼마나 안전할지 누가 장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단체급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대응 태도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 오히려 반감만 늘어날 것”이라며 “수산물이 안전한지를 먼저 조사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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