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석연치 않았던 ‘오리가격’, 이유 있었다
[이슈] 석연치 않았던 ‘오리가격’, 이유 있었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2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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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종오리’ 생산·공급 조절로 가격 담합한 오리협회 ‘철퇴’
오리가격 담합에 분노한 영양교사들 “오리고기 식단 보이콧해야
급식인데도 터무니 없이 비쌌던 오리가격… 결국 오리업체들 '폭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지난 12년간 오리고기 생산량을 강제로 줄이거나 할당해 오리고기 가격을 사실상 ‘담합’해온 (사)한국오리협회(회장 이만섭, 이하 오리협회)가 정부 당국에 적발됐다. 학교급식 등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그동안 오리고기를 많이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석연치 않았는데 그 이유가 담합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리고기 공급업체들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가 오리협회에 93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지난 23일 오리가격 유지를 위해 12년간 오리고기 시장 공급량을 조절해온 오리협회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9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오리협회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오리고기 생산을 좌우하는 ‘종오리(식용오리 생산과 번식을 위한 부모 오리)‘의 공급량을 통제해 가격하락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리협회는 해당 기간 ‘종오리수급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매년 종오리 공급량 등을 결정하고, 국내 종오리 핵심 공급원인 ‘한국원종오리회사’를 통해 정해진 물량만 공급하도록 했다. 한국원종오리회사는 오리협회가 종오리의 생산 및 공급을 위해 2007년 설립한 회사로, 국내 종오리의 98%를 유통하고 있다.

정부가 2009년부터 ‘종오리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식용오리와 종축오리가 분리되자 종오리는 오리 신선육 제조를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통상 어미 종오리 1마리로 식용오리 약 200마리를 생산할 수 있어 종오리 공급량을 통제하면 식용오리 공급량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오리협회는 시장에 오리 신선육 공급이 증가해 가격하락이 예상되면 사업자들의 종오리 신청량을 삭감하고 반대로 종오리 수요가 부족한 경우에는 신청하지도 않은 사업자들에게 종오리를 강제 배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오리협회는 종오리 공급량을 임의로 조절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방해하고, 가격은 유지하면서 오리고기 업체들의 폭리를 방조한 셈이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를 접한 영양(교)사들은 "그동안 오리고기 가격이 이유 없이 높았는데 그 이유가 확인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국내 물가가 폭등하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사육환경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축산물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높았다는 비판이다.

이해 안 가는 오리고기 가격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오리고기 도매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1kg당 5993원이다. 그런데 오리고기가 급식소로 공급될 때는 최소 1만7000원에서 2만 원대까지 치솟는다.

서울지역 학교에 오리고기를 공급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센터장 최영규, 이하 올본)가 공개한 11월 공급단가는 오리 정육 슬라이스 기준 1kg당 1만6680원에서 1만7800원이다. 올본은 오리고기 공급업체를 3곳으로 선정하고, 업체 간 자율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업체별로 공급가격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3개 업체의 공급단가는 ▲농업회사법인 ㈜다솔(이하 다향오리) 1만6680원 ▲㈜정다운 1만7350원 ▲농업회사법인 ㈜주원산오리(이하 주원산오리) 1만7800원이다.
일부 지역은 더 높은 곳도 있었다. 인천시교육청(교육감 도성훈)이 일선 학교로 제공한 단가표에 따르면, 오리 정육 슬라이스 1kg은 2만480원이었다. 세종시는 같은 부위 같은 중량이 2만2000원대였다.

높은 가격은 대형위탁급식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급식소를 담당하는 A영양사는 “조리인력 부족으로 일반 정육보다는 훈제오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1kg당 3만 원 가까이 된다”며 “삼겹살보다도 훨씬 비싸 메뉴 편성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도 이처럼 높은 가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반 소매가격과 달리 단체급식은 도매가격을 기본으로 소분·보관 및 유통비용만 필요한데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의 한 식자재 업체 대표는 “도매가격이 6000원이라면 정육 슬라이스 1kg은 1만2000원대로 공급되기 때문에 학교 공급가격은 아무리 비싸도 1만4000원을 넘기 어렵다”며 “1만7000원은 폭리라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가격 조절 가능한 ‘계열화 사업’
높은 가격 형성이 가능한 것은 공정위 조사처럼 오리협회가 가격 조절을 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런 오리협회를 구성하는 주요 사업자는 대부분 ‘계열화 사업자’다.

오리협회 구성사업자 중 다향오리(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다솔)가 오리고기 시장의 40.1% 점유하고 있다.

계열화 사업은 축산물 제조·판매하는 자가 계약 사육농가에 가축과 사료 등 사육자재를 공급해 가축을 사육하게 하고, 사육된 가축이나 가축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축산농가로부터 다시 출하 받는 사업 형태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계약 사육하는 축산이라 볼 수 있지만, 사육부터 도축, 출하, 공급까지 모두 계열화 사업자가 맡기 때문에 가격을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올본에 오리고기 공급업체로 선정된 3개 업체는 모두 오리협회의 주요 사업자로, 그중 다향오리는 오리고기 시장점유율이 40%를 넘는다. 여기에 정다운·주원산오리가 가세하면 시장점유율은 75%에 달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결국 오리협회 회원사들은 오리고기를 납품하면 할수록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지역의 한 학교 영양사는 “오리고기를 월 1회 이상 메뉴에 넣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 달라고 하는데 가격 때문에 추가 제공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오리 정육 슬라이스와 훈제오리는 월 1회 이상 주문하는 것 같다”며 “다른 학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양(교)사들에 따르면, 훈제오리가 주찬인 경우 정량 기준은 1인당 150g가량이라고 한다. 학생 수가 600명이라고 가정하면 90kg을 주문하는 것인데 올본 단가인 1만7000원을 적용하면 1식에 170만 원의 가격이 지출되는 셈이다. 세종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가격이 너무 높아 1인 정량을 줄이고, 채소와 같이 볶아 내는 방법을 택한다”고 말했다.

‘골드바’ 다향오리, 점유율 40%
학교 무상급식 확대와 함께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등이 학생 건강에 해롭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불포화지방산인 오리고기와 오븐 요리들이 선호되어왔다. 한 학교급식 관계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포화지방인데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이라 건강에 이롭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오리고기를 자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오리협회는 공공급식을 상대로 자기 배 속만 채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다향오리가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의 ‘2023 식품·기기전시회’에서 골드바 1돈을 6개나 제공한 배경에는 막대한 이익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라며 “골드바가 큰 수익을 올리게 해준 단체급식에 대한 ‘보은’이었는지, ‘뇌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난 12년간 가격을 부풀려 얻어낸 천문학적 이익에 비하면 골드바는 껌값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향오리를 비롯한 계열화 사업자의 담합 행위가 드러난 만큼 앞으로 유통구조를 분석해 그들이 더 이상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본 고위 임원은 “공정위 조사 결과가 접하고 오리고기 업체에 공식적으로 단가 산정 근거를 요청하는 등 공급단가 인하 요구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오리협회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필요하면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말을 아꼈다.

시장점유율이 40%가 넘는 다향오리 측에도 이번 가격 담합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입장을 요청했으나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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