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소방급식, 지자체 재정·단체장 의지 따라 ‘고무줄’
[대한급식신문=안유신 기자] 최근 열린 국정감사와 지자체 행정사무감사에서 17개 광역단체 중 급식시설없이 119안전센터(이하 119센터)를 운영하는 지역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소방관은 사건·사고와 응급 이송 등 위급한 상황에 신속 대응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119센터 내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어 급식시설과 함께 영양사 및 조리사 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소방본부와 119센터에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채용해 운영하지만, 일부는 단순 인건비만 지원하거나 전체 또는 부분 위탁운영으로 맡기는 등 광역 단체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통합노동조합(위원장 최영재, 이하 소방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경북 10개 소방본부는 직할센터나 외각센터에 급식시설을 갖추고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근로자 형태로 영양사·조리사를 채용해 급식을 운영했다. 하지만 충남, 제주, 전남, 전북, 경남, 충북, 강원 7개 소방본부 내에 86개 119센터는 급식시설은 물론 급식도 운영하지 않았다.
특히 가장 열악한 곳은 강원소방본부로 77개 중에 46개소가 급식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이 같은 실상은 국회와 광역의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강원도청을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오영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소방급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지난 10일 열린 강원소방본부 행정 사무감사에서는 양숙희 강원도의원(국민의힘)이 전국 최하위 수준의 강원도 119센터 급식시설을 지적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양 의원은 “소방관들은 업무 특성상 위급하거나 긴급한 상황들로 인해 식사 도중 출동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끼니를 라면으로만 때우는 일들이 빈번하다” 며 “강원도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이 식사만큼은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 “신분 국가직 맞지만 급식 문제는 권한 없어” … 현장 “소방관이 먹는 밥 한 끼,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전국 시·도별 소방본부 영양사·조리사 배치 현황(2023년 3월 기준, 50인 이상 근무)에 따르면, 영양사와 조리사를 모두 배치해 운영하는 지역도 있지만, 어떤 지역은 전면 위탁 또는 일부 영양사 업무만 위탁하거나 영양사 없이 조리사만 채용해 운영하는 등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국 소방본부에 급식시설은 ▲본부 6곳 ▲소방학교 8곳 ▲소방서 233곳 ▲119센터 893곳 ▲연구원 및 기타 90곳으로 총 1230 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 중 위탁은 84개소, 직영은 1070개소이며, 76개소는 미운영되는 시설로 확인됐다. 특히 급식을 미운영하는 곳은 직원이 직접 요리하거나 도시락, 배달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연간 소방급식 지원예산 규모는 인건비로 368억9300만 원, 식자재 등에 104억700만 원이 책정돼 있으며, 영양사는 총 127명 중 공무직 108명과 기간제근로자 19명이, 조리사는 총 1025명 중 공무직 515명과 기간제근로자 51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지원금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 직할센터는 월 525만 원이 지원됐지만, 기타 센터는 월 175만 원이 지원됐다.
이처럼 각 지자체별 또는 지자체 내에서도 급식 규모나 인력 운영 등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신분은 국가직이지만, 재정은 해당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 자체 재정자립도나 자치단체장 의지에 따라 달리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개선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소방급식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소방관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만큼 급식도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소방관은 “예전에는 대원들과 직접 조리해 먹는 일이 많았는데 급식시설이 설치된 이후부터는 맛있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소수가 근무하는 작은 119센터는 아직 자체 해결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최영재 소방노조 위원장은 “2020년 소방관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소방관이 먹는 밥 한 끼는 지자체별로 지원이 달라 제각각”이라며 “정부가 나서 문제점을 해결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신분이 국가직인 것은 맞지만, 관련 법상 재정 지원은 시·도지사에게 있어 지자체 재정과 단체장 의지에 따라 급식 여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로는 어려움이 따른다”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