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종사자와 똑같이 조리흄 노출… 폐암 산재 인정돼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에서 조리 종사자와 동일하게 조리흄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폐암으로 확진된 영양(교)사가 산업재해(이하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급식 관계자들은 “조리 종사자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일하고 있는 영양(교)사도 조리흄의 피해자”라고 입을 모은다.
강성희 국회의원(진보당)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이하 학비노조)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학교 영양사 실태조사 발표 및 폐암 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학비노조는 지난 3월 3명의 학교 영양사가 폐암 확진을 받은 후 산재 승인을 신청했으나 3명 중 2명은 승인이 거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급식실에서 근무한 지 15년이 넘었으나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영양사들의 승인 거부 사유는 ‘직접 조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조리 종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리흄에 덜 노출된다는 것. 이에 대해 학비노조 측은 “영양사들이 근무하는 공간은 비좁은 데다 전자기기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경우도 드물다”며 “무엇보다 조리과정을 관리하고 조리 종사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문을 열어둔 채 일할 수밖에 없어 영양사실로 들어오는 조리흄과 일산화탄소를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양사의 폐CT 검진 결과를 보면 1000명 중 250명이 양성 결절 소견을 받았는데 이는 조리 종사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영양(교)사 역시 조리흄에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진 결과 3명이 ‘폐암 확진’, 4명은 ‘폐암 매우 의심’으로 확인돼 정밀검사와 추적관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해경 학비노조 강원지부 영양사분과장은 “급식소에 설치된 출입문은 업무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모든 문을 열어둔 상태로 조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영양사도 문을 열어두고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아 튀김·구이 등을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 의심 물질인 조리흄에 노출되는 상황은 조리 종사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영양사들이 겪는 부상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자료도 함께 공개됐다. 학비노조는 지난 9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학교 영양사 10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영양사 근무 여건 실태조사’ 결과, 화상과 염좌 그리고 근육 또는 인대 파열 등 조리 종사자들이 주로 겪는 부상을 영양사들도 동일하게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1044명 중 110명(10.6%)이 4일 이상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화상을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염좌와 근육 또는 인대 파열,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경험한 영양사도 349명(33.5%)에 달했다. 이 같은 부상은 결국 영양(교)사들도 장시간 조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하루평균 조리실 및 식당에 나가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2~3시간씩 근무한다’는 답변이 406명(38.9%)으로 가장 많았고, ‘1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영양사는 43명(4.2%)에 불과했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영양(교)사들이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려하지 않는 정부 당국이 탁상공론으로만 산재를 승인하다 보니 영양(교)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측은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보상국 담당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산업재해 인정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산업재해 인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양사 업무형태가 조리 종사자와 어떻게 다른지, 조리흄이 영양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와 현장 확인이 완료된다면 추후 논의할 가능성은 있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