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트 공사에 끼워판 ‘후드 공사’, 부실 우려 솔솔~
덕트 공사에 끼워판 ‘후드 공사’, 부실 우려 솔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2.07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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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인 급식실 후드, 시설 공사 예산과 달라
대형업체가 ‘재하청’하는 구조로 전락한 일괄 입찰 ‘비판 거세’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정부가 전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급식실 환기설비 공사가 ‘행정편의주의적’ 입찰 관행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후드 개선 공사가 예산 규모가 훨씬 큰 덕트 공사에 ‘끼워팔기’ 식으로 입찰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많은 급식실 후드 전문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드 전문업체들은 환기설비 공사의 입찰 시 후드 공사와 덕트 공사를 분리 발주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공사에 앞서 작업환경 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급식 종사자 폐암 발생 등 심각성이 확인된 조리흄 예방을 위해 대대적인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환기설비 성능이 기준 미달인 조리실과 노후화되거나 지하·반지하 조리실, 그리고 폐암 확진된 조리 종사자가 근무한 조리실 등 당장 개선이 필요한 학교를 선정하고 환기설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가 편성한 예산은 1개 학교당 평균 1억 원씩, 총 1799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이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계속되며, 학교 상황에 따라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환기설비 예산은 주로 조리실 내 환기를 담당하는 후드와 덕트 공사에 집중된다. 환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 후드를 다시 제작해 설치하거나 후드의 배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덕트를 재시공하는 등의 공사다. 

문제는 환기설비 공사의 주체다. 급식실 기구 및 설비에 포함되는 후드는 제품분류가 ‘상업용주방후드’로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영, 이하 중기부)가 지정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 품목’이다. 따라서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인증하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발급받은 중소기업들끼리 경쟁입찰을 통해 납품자를 선정하거나 다수공급자 계약(MAS)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제품은 후드 외에도 급식소 조리기구와 설비인 밥솥, 오븐, 씽크대, 세척기 등이 모두 중소기업자간 경쟁 품목이다.

반면 덕트는 ‘기계설비’에 포함된다. 따라서 덕트 공사의 소요 예산은 급식실 환경개선 예산이 아닌 학교 시설공사 예산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환기설비 입찰은 후드와 덕트 공사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덕트 공사를 포함할 경우 공사 기간 120일에 소요 예산은 평균 3억 원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후드 공사의 예산은 3000~4000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덕트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건설’ 허가가 필요한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후드 업체들이 본연에 업무도 아닌 전문건설 허가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허가를 가진 대형 시공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후 후드 공사는 중소규모 후드업체들에게 ‘재하청’하는 형태로 공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재하청 구조인 상황에서는 당초 교육청이 책정한 후드 공사 예산이 후드업체에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즉 최초 낙찰자인 시공업체가 후드 공사비의 일부를 수익으로 공제하기 때문에 자칫 함량 미달 제품이 납품되거나 부실 공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이사장 하광호, 이하 조리기계조합)도 시급한 개선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했다. 조리기계조합은 의견서에서 “급식용 기구는 당연히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이기 때문에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교육청의 일괄 입찰은 중소기업간 경쟁지침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같이 입찰 관행을 묵인하는 급식팀은 직무유기 또는 방기이며, 시설팀은 불법적 업무 이관을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행법상 공사 규모 3억 원 이상,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4000만 원 이상은 이유 없이 분리 입찰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공사 규모가 4000만 원 미만이라고 분리 입찰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며 “4000만 원 미만이라도 필요하다면 분리 입찰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리기계조합 고위 임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구입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구입자도 여러 혜택을 받고 비용도 저렴해진다”며 “분리 입찰을 할 경우 업무가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오히려 관리비와 이윤, 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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