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도 교육도 부족한 ‘K급 소화기’
수량도 교육도 부족한 ‘K급 소화기’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3.12.1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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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양현고 조리실 기름 화재로 조리설비와 기구 등 전소
K급 소화기 비치 기준 ‘1대’… 결국 초기 진압 실패로 이어져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조리실 등에서 식용유 등 기름으로 인한 화재 발생 시 필요한 ‘K급 소화기’를 더 확대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전북지역의 한 고교 조리실에서 발생한 화재 시 K급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초기 진화에 실패해 대형 화재로 번진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양현고등학교 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후 소방차 20여 대와 50여 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40여 분만에 화재 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산피해는 막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리실 내부와 각종 조리설비, 급식기구 등이 전소되어 전북소방본부 추산 약 3억4000만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 

한 학교급식실에 설치된 K급 소화기 사용 방법 포스터.
한 학교급식실에 설치된 K급 소화기 사용 방법 포스터.

당시 양현고는 기말고사 중이었으나 빠른 대처와 함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긴급대피해 큰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화재 초기에 진화를 시도했던 조리 종사자와 교직원 몇 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급식신문이 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서거석, 이하 전북교육청)과 전북지역 급식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화재는 조리실 내 튀김솥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리실에서 튀김을 하기 위해 식용유를 넣은 채 솥을 예열 중이었는데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가 발생하자 조리실과 가까운 곳에 있던 교직원 1명이 조리실에 비치되어 있던 K급 소화기를 튀김솥에 분사하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아 결국 대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의 한 영양교사는 “양현고의 급식 종사자는 총 11명인데 K급 소화기가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기름 화재라 물을 끼얹을 수도 없어 난감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학생들이나 급식 종사자 모두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급식 관계자들은 학교 내 화재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 급식실이라며 추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급 소화기는 ‘Kitchin’의 약자로 사실상 ‘주방용 소화기’다. 특히 식용유 등 기름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 진압에 최적화된 소화기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소방법을 개정하고, 주방시설에 K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했으나 의무적 비치해야 할 소화기 수는 면적과 조리량에 관계없이 1대만 비치하면 된다. 

경북지역의 한 학교 조리 종사자는 “이제 모든 학교마다 K급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은 곳이 없을 텐데 실제 비치된 수량은 1대뿐이어서 우려가 되기도 했다”며 “급식실은 가정이나 외식업소 주방에 비해 화재가 대형화될 여지가 큰 만큼 초기 진화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현고 화재도 K급 소화기가 1대뿐이어서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급식소만이라도 K급 소화기 의무 배치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급 소화기 비치 확대와 더불어 실질적인 사용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리 종사자의 절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여성들이어서 사용 교육 없이 소화기를 적극적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는 것. 

전북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소화기를 낯설어하는 조리 종사자들이 대다수”라며 “실제 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처해야 할 사람이 조리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연간 1회 정도 실제 소화기 사용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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