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 완화, 공공 조달시장 물품 수준 낮출 수도” 우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하는 업체들의 필수 자격요건 중 하나인 ‘직접생산확인증명서(이하 직생)’를 발급받는 절차와 자격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단체급식 분야 중 직생을 발급받아 공공 조달시장에 납품하는 가장 규모가 큰 업종은 조리기구와 설비업체다.
조리기구 업계에서는 불필요한 부담과 행정력 낭비를 없애주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낮아진 진입장벽으로 인해 최소한의 기술력과 자격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난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조달청(청장 임기근)은 올해 1월 1일 자로 ‘조달청 제조물품 직접생산확인 기준(이하 기준)’을 전면 개정했다. 이 개정 기준은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준 개정의 핵심은 간소화 및 업체부담 완화다.
본래 직생을 발급받고자 하는 업체는 기준에서 명시한 사업자등록증명서와 공장등록증명서, 건축물대장, 원료·원부자재·부품 구입내역서 등과 함께 기준에서 제시하는 별지 서식의 자체 기준표를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자체 기준표는 생산공정, 직접 생산하는 세부 품명에 대한 설계단계, 검사 과정 등 매우 복잡하고 세세한 내용까지 담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작성 과정과 내용이 까다로워 기존 기준 제13조 전체가 자체 기준표를 작성하는 조문으로 되어 있기도 했다. 따라서 직생을 발급받는 업체들은 중요한 자체 기준표 작성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이번 개정 기준에서는 이 같은 자체 기준표 제출을 없애 부담을 크게 줄여준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직접생산 여부의 판정 기조가 바뀐 것이다. 기존 기준에서는 자체 기준표를 중심으로 생산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자체 기준표와 대조해 직접생산 여부를 승인했지만, 개정된 기준에서는 자체 기준표가 삭제되면서 판정 사유 관련 조항이 대폭 줄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준 개정의 핵심은 직접생산 허용의 문을 넓히기 위해 승인 사유를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준에 명시된 ▲확인 자료 허위·거짓 제출 ▲타사 완제품 상표 교체 판매 ▲수입 완제품 또는 수입한 제품에 미세한 가공 납품 ▲하청 납품 등의 행위가 아니면 직접생산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준 개정에 대해 조리기구 업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한국조리기계공업협동조합(이사장 하광호)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정 기준이 적용되면 중소기업인 조리기구 업체들에게는 재발급과 신규 발급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정 내용을 업계와 적극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직생이 공공 조달시장에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친 규제 개선은 조달시장 납품 물품의 품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리기구업체 관계자는 “가내 수공업이든 뭐든 어떤 식으로든 조리기구를 생산만 하면 직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조리기구뿐만 아니라 모든 조달시장에 납품되는 물품의 수준이 하락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당국이 보다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