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환경개선'이 발목 잡힌 사연
'급식실 환경개선'이 발목 잡힌 사연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2.1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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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통합공무원노조, '급식실 환경조성 조례안' 반대의견
빈약한 이유로 반대… 현장 "해결할 시급한 과제, 서둘러야" 주장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의회(의장 염종현, 이하 도의회)에 발의된 '경기도교육청 안전한 급식실 환경조성 및 지원 조례안(이하 조례안)'이 교육 주체 간 갈등으로 행정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반대의견을 분석해 보면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 많아 '조례안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김옥순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학교급식 종사자의 잇따른 폐암 확진에 대한 대책으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급식실 지상 1층에 설치 ▲급식관리실과 휴게실은 조리실을 통하지 않고 출입 가능한 외부공간에 설치하고 외부로 통하는 환기시설 갖출 것 ▲급식시설의 배전판은 조리실 입구에 설치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급식 종사자 배치 및 처우' 조문에서는 ▲급식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연가·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 활용 등 방안 마련 ▲산업재해자를 급식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실렸다.

이외에도 급식실 내 소방시설 설치, 급식 종사자 건강관리 지원, 종사자 배치 및 처우 개선, 휴게시설 및 휴식시간 등 급식 종사자의 업무 전반에 걸친 내용들이 포함됐다. 그런데 조례안 발의 후 이뤄진 입법예고에서 반대의견이 2000건 이상 접수되자 도의회는 논의를 멈추고 관망 태세로 돌아섰다.

'경기도교육청 안전한 급식실 환경조성 및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 김옥순 도의원이 지난해 8월 학교급식 종사자 안전과 관련한 논의를 하기 위해 경기교육청 학교급식보건과 담당자들과 정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반대의견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는 경기도교육청통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상혁, 이하 통합공무원노조)으로 확인됐다. 통합공무원노조는 조례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1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반대의견서에 실린 논리가 설득력이 매우 떨어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공무원노조는 반대의견서에서 "조례안에 명시된 ‘교육감은 급식 종사자가 급식 제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의 조정 및 경감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은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1항에 명시된 학교장의 업무분장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의 해당 조항은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한다'는 내용뿐이다. 특히 급식 종사자들의 업무 범위와 주요 방향은 교육감이 매년 하달하는 '학교급식 기본방향(혹은 계획)'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교육감이 급식 종사자의 업무 조정과 경감을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더욱 타당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또한 통합공무원노조는 조례안의 '교육감은 급식실 내 적절한 환기설비와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학교보건법 제4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3조 1항에 급식시설을 위한 공기 질 등의 유지·관리기준이 마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보건법 제4조를 보면 학교장은 학교시설(교사대지, 체육장, 기숙사 및 급식시설 등)의 환기·채광·온도 등을 포함해 유해물질 예방 및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이를 토대로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제작한 '학교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 관리 매뉴얼'에는 학생들의 식사 공간인 식당만 공기 질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급식 종사자들이 일하는 조리실은 공기 질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같은 법령 미비로 생긴 공백을 이번 조례안에서 보완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통합공무원노조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잃는 셈이다. 

이외에도 통합공무원노조는 '급식시설개선위원회'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조례안은 ‘각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은 학교급식실의 현안 사항을 검토하고,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자문을 위해 급식시설개선위원회를 둔다’고 명시했는데, 이 조항을 두고 "학교 여건을 고려한 시설전문가 의견보다 비정규직 노조, 비전문가인 영양(교)사·조리사들의 의견만 지배적으로 개입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과 관련 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에 구성된 위원회가 10여 개가 넘는데 이 중 영양(교)사, 조리 종사자들로만 구성된 위원회는 단 한 곳도 없다"며 "교육청 공무원, 대학교수, 학부모 대표, 심지어 업체들도 참여하는데 어떻게 급식 종사자들 의견만 지배적으로 개입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통합공무원노조 측의 반대 활동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교육행정직렬의 '업무 떠넘기기'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번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반대의견 전체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 교육 주체의 의견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화해 조례안에 반영하겠다"며 "다만 급식 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이라는 점에서 시급한 처리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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