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행 무상급식호, 물가상승 암초 걸리나?
전국행 무상급식호, 물가상승 암초 걸리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1.09.2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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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한정된 예산, 대안은 대체 식단?

전국적인 확대가 물가상승이라는 암초에 걸리면서 결국 식단의 품질 저하라는 최대 복병을 만났다.

지난 8일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58곳을 포함해 전국 156개 초등학교가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품질을 대체적으로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학교들은 소·돼지·닭고기 등의 육류를 적게는 1등급에서 많게는 3등급까지 품질을 낮췄으며, 유기농 쌀에서 일반 쌀로 바꿔 식단을 짜고 있다. 심지어 외국산 두부와 참기름을 쓰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에서는 교육청방침에 따라 값비싼 친환경 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고기반찬이나 과일 등의 식재료 값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지만 양파, 시금치, 무 등 채소류 역시 ‘친환경’에서 ‘일반’으로 바뀐 곳도 수두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강조한 ‘친환경 무상급식’과는 달리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식재료 가운데 친환경 농산물 비중은 20%대를 넘지 않는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급식 식사량이 현격하게 줄어들면서 잔반의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구제역 여파로 천정부지로 가격이 상승한 돼지고기는 요즘 학교급식 식단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 학생들 입장에선 무상급식자체가 ‘무료음식’이라는 생각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반찬이 제공되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해 버리고 간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학교가 예년보다 잔반이 늘어 영양(교)사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영양교사, 식재료 가격 상승은 인정… 급식 질적 하락은 ‘語不成說’

최근 학교급식 질적수준 논란과 관련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최근 들어 무상급식 질 저하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영양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하지만 각 학교 영양(교)사 및 조리사들은 학생들 입맛을 고려한 최선의 식단을 항상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며 “현재 개별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한 제철음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재료가격이 높아지는 현상도 있다. 물론 식자재 가격의 상승에 대해서 각 학교 영양(교)사들은 체감을 하지만 조리 식단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에 대한 체감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잔반의 배출량 문제에 대해서는 “잔반의 양이 많아졌다고 해서 식단의 질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각 학교에서는 급식문화가 전통음식으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식재료 인상으로 대부분 학교에서는 감자, 고구마 등 채소의 전처리 작업을 예전과 달리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잔반 양이 증가한 것”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농산물 역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30% 이상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50~60% 이상 비율이 높다. 항간에 떠도는 친환경 농산물 비중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낭설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급식 재료에 대한 물가상승은 체감 하지만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과부 “학교급식 만족도, 무상 아닌 급식 질과 안전성에 있다”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따른 가장 큰 걸림돌은 치솟는 물가와 한정된 예산에 있다. 물가의 고공행진 속에 정해진 예산으로 식단을 짜야 하는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친환경 식재료를 일반 농산물로 바꾸거나 비싼 육류나 생선 대신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데 이르렀다. 이에 학부모들은 당초 무상급식 시행을 반겼으나 현재는 영양가 있는 음식 제공을 위해 차라리 돈을 더 내고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학생건강안전과 박진욱 사무관은 “전면 무상급식 정책은 해당 지자체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안으로 저·소득층 및 농어촌 무상급식 정책방향을 제시한 교과부 입장과는 다르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무상급식이라는 멍에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교과부의 입장”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학교급식의 만족도는 무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급식의 질과 안전성에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전 일반학교의 급식품질 저하 논란에 휩싸였다면 해당학교와 교과부는 급식비를 조금 올려서라도 급식의 질을 개선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무상급식은 예산이 책정되어 있어 식재료 가격은 물론 시설설비에 노후화에 대한 대책 마련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시교육청 “무상급식 질 저하? 보는 관점 차이일 뿐, 오히려 질적 상승”

반면 서울시 무상급식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 친환경급식담당팀 전관용 주무관은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라고 판단하며 급식의 질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일각에서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의 품질이 저하됐다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무상급식을 바라보는 관점 차이로 오히려 시교육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급식의 품질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결과가 집계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물론 식자재 인상에 따른 대체 식단을 각 학교를 대상으로 권고하기는 했지만 시교육청에서는 식재료 인상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오히려 급식비를 올렸으며 이에 걸 맞는 친환경 농산물을 60% 이상 사용할 정도로 질적인 측면에서 향상된 측면이 크다”며 20% 대에 미친다는 서울시 초등학교 친환경 농산물 비중에 대해 일축했다.

전 주무관은 “지금에 와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구제역이나 집중 호우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영양(교)사들에 대한 교육을 더욱 철저하게 실시해 더 이상 식재료 품질 저하 논란이 일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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