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채용'도 영양교사가… 업무의 끝은 어딘가
'인력 채용'도 영양교사가… 업무의 끝은 어딘가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3.1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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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서울시의원 "법적 근거 없는 채용업무, 교육청 특단 조치 취해야"
서울교육청 "영양교사 과중한 업무 충분히 인지, 대책 마련에 노력할 것"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과도한 영양교사 업무량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대체 조리인력 채용업무까지 영양교사에게 맡기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영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 업무보고에서 교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영양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교권 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영양교사들이 겪는 고충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학생 수는 수백 명이어도 영양교사는 단 1명 뿐인데 이들 1명의 영양교사는 식단 및 레시피 작성부터 식재료 검수, 조리·배식 관리, 조리원 채용, 조리원 위생·안전교육과 종사자 지도·감독에 더해 회계 정산, 식재료 품의 및 입찰 업무까지 수행한다"며 "해마다 이뤄지는 안전점검과 운영평가는 물론이고, 조리인력 채용까지 오롯이 영양교사 책임이라면 이는 지독한 업무과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조리인력 채용을 영양교사에게 떠넘기는 법적 근거가 학교급식법·식품위생법 어디에 존재하는지 교육 당국에 묻고 싶다"며 "교육 당국은 조리인력 채용업무를 비롯해 영양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경기 고양교육지원청이 조리실무사 대체인력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지난 2021년 경기고양교육지원청이 조리 실무사 대체인력풀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 의원이 제기한 조리인력 채용업무는 교육감이 직접하는 고용하는 교육공무직 영양사, 조리(실무)사가 아닌, 이른바 '대체인력'이다.

교육청은 매년 정기적으로 급식 종사자 외에도 교육실무사,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원 채용을 진행한다. 다만 개인 신상에 따른 당일 휴가 등 갑작스러운 대체인력 수요는 교육청도 선발·배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일선 학교가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교육청 측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대체인력풀' 혹은 '대체인력전담제' 등을 운영하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결국 급식 운영을 맡고 있는 영양교사에게 그 책임이 떠넘겨진다.

문제는 이런 조리인력 채용업무에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먼저 영양사의 업무를 규정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영양사의 업무는 ▲집단급식소에서의 식단 작성,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의 검수 및 관리 ▲급식시설의 위생적 관리 ▲집단급식소의 운영일지 작성 ▲종업원에 대한 영양 지도 및 식품위생교육이다.

그리고 학교급식법이 규정한 영양교사의 업무는 ▲식단작성, 식재료의 선정 및 검수 ▲위생·안전·작업관리 및 검식 ▲식생활 지도, 정보 제공 및 영양상담 ▲조리실 종사자의 지도·감독 ▲그 밖에 학교급식에 관한 사항이다. 굳이 채용업무의 연관성을 찾는다면 학교급식법상 영양교사의 업무 중 '그 밖에 학교급식에 관한 사항'을 확대 해석해 영양교사에게 떠넘긴 셈이다.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교육청과 교사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교사에게 채용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조문이 포함된 지 오래됐다"며 "영양교사 역시 교사인데 왜 채용업무가 떠넘겨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무엇보다 영양교사 제도가 도입된 목적은 전반적인 급식 운영과 함께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이끄는 식생활교육을 실시하기 위함인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교육청이 영양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아닌가"라며 "채용업무는 궁극적으로 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의 책임"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영양교사도 "영양교사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궁극적으로 인력 추가 배치"라며 "교육 당국이 나서 영양교사의 업무량을 줄여 학교급식법에서 규정한 식생활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영양교사의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교육청은 업무 과다 해소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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