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으로 호황 맞은 '위탁급식'
'런치플레이션'으로 호황 맞은 '위탁급식'
  • 김기연·박준재 기자
  • 승인 2024.03.19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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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위탁급식업체, 2023년 역대급 최대 실적 기록
병원 대신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된 어린이·노인급식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단체급식산업이 태동된 후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다지만 요즘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가 또 있었을까. 단체급식산업의 위상부터 급식 종사자들의 처우까지 급식산업을 둘러싼 내·외부 요인이 요동친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은 후 '고물가'라는 또다른 파도를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급식신문은 산업체 및 위탁급식업계를 분석하고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먼저 위탁급식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이유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고물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 이용률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상승으로 지난 몇 년 정체됐던 구내식당 단가까지 자연스레 높아지면서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6월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우수급식·외식산업전의 '조리로봇 특별관' 모습. 인력난과 높은 노동강도 등으로 조리로봇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전성기' 맞은 위탁급식
지주회사인 삼성물산IR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위탁급식업체 중 매출 규모 1위인 삼성웰스토리(대표이사 사장 정해린)의 2023년 매출액은 2조7990억 원으로 2022년 대비 8.2% 증가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업이익으로 2022년 678억 원에서 2023년 1280억 원으로 75.3%나 늘어났다.

이 같은 흐름은 모든 업체에서 비슷하다. CJ프레시웨이(대표이사 정성필)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3조742억 원, 영업이익 993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11.9%, 영업이익은 1.4%로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는 그간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작았던 단체급식 매출이 2022년 5838억 원에서 2023년 7261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주력사업인 식자재 유통 매출액도 2022년 2조930억 원에서 2023년 2조2858억 원으로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대표이사 박홍진)도 연결기준 매출액 2조1872억 원, 영업이익 847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각각 11%, 9.8%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푸드(대표 송현석)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1조4889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 106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아워홈(대표 구지은)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아워홈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어 2023년 매출 규모가 처음으로 2조 원(2022년 1조8354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부정적 이미지 벗은 급식
이런 흐름은 중견기업도 마찬가지. 풀무원(대표 이효율)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조9935억 원, 영업이익 62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2년보다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135.4% 늘어 2023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다. 

이 같은 위탁급식업계의 흐름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터져 나온 일시적인 반작용이라는 평가와 구내식당 혹은 단체급식산업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위탁급식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고물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몇 년 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비롯해 어린이·노인급식 시장 확대 등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일시적으로라도 실적이 개선된 지금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대형위탁급식업체 소속 영양사는 “단가를 높이면서 구내식당의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재방문율이 상승했고, 재방문한 이들은 또다시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구내식당=저렴한 식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원의 등장
대형위탁급식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기존 산업체급식과 학교급식을 대신할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대표적인 분야가 어린이·노인급식이다. 이 분야는 위탁급식업체들의 직접 위탁운영이 쉽지 않아 업체들은 어린이 또는 노인 전용 식자재 브랜드를 론칭하고, 관련 분야 식자재 공급 점유율 확대를 위해 힘써왔다. 

특히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기 시작한 유치원급식을 두고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학교급식법을 적용받는 이상 유치원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입찰을 통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 다만 여전히 대기업은 공공기관과 직접 계약을 할 수 없다는 법 조항 때문에 대리점 등을 통한 ‘간접 납품’만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집계한 ‘2022년 유치원급식 실시현황’에 따르면, 전국 556개 국·공립 단설유치원과 원아 50인 이상인 2813개 사립유치원에서 지출한 급식 식품비는 2694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식품비 규모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탁급식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병원급식은 낮은 수익성으로 더 이상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병원급식 시장은 2013년 2조 원에서 2018년 2조5000억 원으로 성장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환자식을 제외한 병원 내 급식이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감염 예방을 위해 환자식에 추가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대형위탁급식업체들이 잇따라 철수하기도 했다. 

다만 병원급식은 장기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 추후 정부정책과 환자식 식대 가산 인상 여부 등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리로봇 도입, 선진지될까
위탁급식업계의 올해 이슈 중 하나는 지난해부터 잇따라 도입되기 시작한 ‘조리로봇’이다. 공공급식 분야는 이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단계인데 위탁급식업계는 도입이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상당수 업체들은 이미 로봇개발업체와 협약을 맺고, 조리로봇 도입을 시작했다.

다만 1대당 5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조리로봇을 위탁급식업체가 모든 사업장에 전폭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리로봇 도입의 장·단점과 명확한 효과 분석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데다 일단 위탁급식사업은 계약에 의해 운영되는 ‘기간제’이기 때문이다. 즉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애써 설치한 조리로봇을 다시 철수하고 원상복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급식 관계자들은 공공급식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투자와 수익성 창출이 자유로운 위탁급식업체가 조리로봇 도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대형위탁급식업체 사업장을 담당하는 한 조리사는 "조리인력 부족과 높아진 인건비, 반조리식품의 사용 확대 등은 결과적으로 조리로봇 사용을 장려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어도 3~4년 후면 조리로봇 사용이 낯선 풍경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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