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은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바란다
[기자수첩] 국민은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바란다
  • 안유신 기자
  • 승인 2024.03.2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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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급식신문=안유신 기자] "이제는 기대하지도 않아요. 실현될 확률은 거의 없고, 괜히 기대했다 실망만 클 테니…" 수도권의 한 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가 쏟아낸 한 마디다.

안유신 기자.
안유신 기자.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후보들이 자칭 전문가인냥 급식과 관련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급식 업계와 종사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양새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 메뉴로 등장했음에도 결국 '희망 고문'으로 끝나며 실망만 안겨준 쓰라린 기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만 남발하며 흐지부지 끝나고 말겠지 하는 결말을 예견한 채 말이다.

공약은 한자로 '공평할 공(公)'과 '맺을 약(約)'으로 표기한다. 사전적 정의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자를 '빌 공'자로 쓰면 헛되게 약속한다는 의미로 바뀌며 공약(空約)이라 불리기도 한다.

물론 실효성이 높고 실제 공약이 실행되는 사례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터라 이번 총선 역시도 후보자들이 당선을 위해 유권자들의 '반짝 환심'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급식업계 종사자들에게 급식과 관련한 선거 공약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급식의 특성상 여러 정부 부처와 관계되어 있는 데다 미래에는 전 국민이 수요자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는 점도 있다. 여기에 국민 먹거리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특히 단체급식은 학교급식의 진화와 군급식체계 혁신, 경로당급식 확대 등 대부분 법적 근거를 갖춰가며 관련 산업과 정책이 함께 동반 성장해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루 한 끼는 급식으로 해결하는 날이 오리라 예견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인급식과 마을공동체급식 확대 등 부쩍 급식산업의 영토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22대 국회의원 선거 운동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지난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로당급식 확대 등 노인 주거, 간병, 요양 등이 담긴 '어르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경로당 주 5일 밥상 정책을 내놓은 바 있고, 천원의 아침밥 확대도 발표했다. 국민의힘도 지난 1월 방학 중 늘봄학교를 상시 운영해 맞벌이 자녀의 돌봄 및 급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경로당 점심을 주 7일로 확대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 확대 특별법 제정 등 노인 정책도 함께 담았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로당급식과 이동형급식 등을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등 다양한 급식 정책에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역 총선 후보들에게도 이어져 "어린이집과 유치원, 경로당급식을 강화하겠다" "아이들이 굶지 않는 세상" "어르신들의 한 끼를 책임지겠다"며 급식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과 공약은 정치적 잣대가 아닌 철저히 국민 입장에서 내놓아야 한다. 정쟁의 수단과 표심을 위한 단발성 허언이 아닌 현실적으로 국민의 삶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올해 그리고 현재까지 정치권에서 제시한 다양한 정책과 공약들이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정작 국민이 바라보는 지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총선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그래서 더욱 이행을 담보하지 않고 코앞에 표심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민심을 얻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당, 야당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총선 후보들까지 급식과 관련된 정책과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상황에서 제발 '탁상공론'만 난발하다 초라하게 끝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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