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원 조리종사자 부당 해고?!
한일병원 조리종사자 부당 해고?!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2.01.3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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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 - 병원, 첨예한 갈등 양상

 

▲ 전 한일병원 조리사들이 한일병원 정문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한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리종사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한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에 대해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건강보험 급여를 관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한일병원 조사를 의뢰했으며 서울시가 임명한 의료지도원에게도 현장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진보신당 한 관계자는 “급식노동자들은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며 환자와의 접촉으로 인한 질병 노출 확률이 높다”며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처우는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하루아침에 해고통지를 내린 것은 치료의 수단인 환자식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 조리사, 노조 가입이 해고 이유

지난 20일 한일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박모 조리사는 “조리사들의 집단 해고는 병원 측의 일방적인 대응이었다”고 주장하며 한일병원의 부당한 처사를 집중 성토했다. 박 조리사는 “위탁급식 업체가 바뀌더라도 지금까지 조리사들의 고용승계는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다”며 “작년 7월부터 몇몇 조리사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을 빌미로 병원 측이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은 위탁업체인 아워홈과의 계약을 작년 12월 31일자로 종료하고 CJ프레시웨이를 새로운 위탁업체로 선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리사들은 “CJ프레시웨이가 새로운 위탁업체가 되면서 당연히 고용승계가 될 줄 알았는데 돌아온 것은 1월 1일부로 병원을 떠나라는 근무 이적발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워홈은 한일병원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해당 조리사들을 모두 타지역 근무지로 발령했고, 이들은 아워홈이 발령한 근무지인 강남이 너무 먼 곳이기 때문에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박 조리사는 “그동안 병원 측에 인력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해왔다”며 “연수가 높아져도 연봉인상에 전혀 반영되질 않은데다 인력 충원이 계속 안 되다보니 조리사들의 업무피로도가 엄청났다”고 그동안의 고충들을 털어놨다.

􄦫 아워홈, 계약상의 문제는 없다

한일병원 위탁업체인 아워홈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워홈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참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문제의 본질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가 계약상의 문제를 드러내거나 잘못한 부분이 아무것도 없어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워홈은 한일병원을 철수하기 전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현재 당사 소속의 한일병원 조리원들에 대해서 본인의 의사를 가능한 고려해 근무지 변경 등 고용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는 공문을 한일병원에 제출한 바 있다. 아워홈으로서는 계약상의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원죄를 뒤집어쓸 만한 명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한일병원 도로 앞에 붙어 있는 시위 현수막


􄦫 병원, 고용·승계는 우리와 무관

그렇다면 사건의 핵심에 있는 한일병원 측은 어떤 입장일까? 한일병원은 지난 16일자 해명자료를 통해 “2007년도 위탁업체 변경 시 개인별로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입사하였고 한일병원에서는 고용 및 승계에 대한 어떠한 요구나 간섭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즉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애당초 아무런 명시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조리사들의 주장은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병원은 이어 “조리사들이 한일병원 이외의 다른 곳에 위치한 사업장(도봉구 및 인근지역)에서 종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관점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음”이라 밝히며 조리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 한일병원, 의료법 36조항에 위배

조리사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진보신당은 병원 측의 이러한 입장표명을 두고 의료법 36조항 위배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상호 진보신당 도봉구 위원장은 “의료법 36조항을 보면 병원급식의 모든 책임은병원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조항에 비춰봤을 때 한일병원은 치료의 연장선인 급식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한일병원의 경우 위탁업체가 관련 업무를 재 위탁함으로써 사실상 다단계 위탁급식을 실시하는 형편”이라며 “이럴 경우 급식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사건을 전해들은 한국조리사중앙회 관계자는 “통계로 나와 있진 않지만 병원 조리사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각각 절반씩”이라며 “병원급식 근로자들이 대부분 조직화돼있지 않다보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소감으로 현재 병원 조리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또한 “앞으로 이런 사례를 거울로 삼아 비정규직 병원 조리사들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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