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영양사가 힘 모아 잔반 줄인다
학생-영양사가 힘 모아 잔반 줄인다
  • 이의경 기자
  • 승인 2014.11.2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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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천… 영양사, 소스 따로 배식 등 운영

▲ 학생들 스스로 잔반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 태릉중학교 학생회 학생들.

지난 11일 점심급식을 먹고 난 태릉중학교(교장 백해룡)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잔반이 없는 식판을 퇴식구로 가져왔다. 이날은 매주 잔반 없는 날을 정해 학년별로 잔반을 남기지 않는 학생 5명에게 음료수를 선물하는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다. 깔끔하게 밥을 먹은 학생들은 말끔히 비워진 식판을 들어 보이며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 스스로 잔반 줄이기 실천

▲ 태릉중학교 급식실 식탁에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잔반줄이기 유도 문구가 부착되어 학생들이 잔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태릉중 학생회는 지난 1학기부터 ‘급식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박성하(16)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학내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주제를 찾다가 우리가 별생각 없이 버리는 음식이 너무 아깝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학기 초 대의원회의에서 잔반을 줄이자는데 뜻을 함께한 학생회 학생들은 여러 방법을 논의했다.

우선 학생회는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태릉학생회보’를 통해 전체 학생들의 급식 잔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홍보물·영상·이벤트, 관심 환기

▲ 태릉중학교는 학생들이 메뉴에 따라 먹을 만큼 배식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 돼 배식대에서 많은 잔반이 나오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급식실 배식대와 입구, 식탁, 벽에 포스터와 스티커를 부착해 급식을 먹을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1학기에는 연예인 김보성이 ‘잔반 없이 마무으~리’를 외치는 모습을, 2학기에는 개그맨 이국주의 ‘급식을 호로록~’을 주제로 홍보 포스터와 스티커를 제작했다.

학생들은 “식탁에 김보성 아저씨가 있는 걸 보며 밥을 먹다 보니 잔반 남기는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고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급식 잔반 줄이기를 주제로 한 드라마 형식의 ‘잔반 없이 마무으~리’ 동영상도 제작했다. 영상은 호러 게임 아오오니, 김보성의 으리, 7번방의 선물 등 여러 유명패러디 동영상을 인용 제작해 각 반에서 상영했고 2학기에는 플래시몹 형태로 60명의 학생이 제작에 참여, 관심을 유도했다.

영양사-학생들 만남, 메뉴 변화

▲ 학생, 영양사, 학생회 선생님과의 회의 등을 통해 학생들의 잔반줄이기 자치활동은 더욱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이인경 영양사와 간담회를 개최해 급식 잔반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인경 영양사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치즈닭갈비 메뉴를 준비할 때는 밥을 한 솥씩 더할 정도로 아이들이 선호하는 식단에 따라 준비량을 조절해 잔반량을 줄이는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배식할 때 영양사가 직접 참여해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인경 영양사는 학생마다 소스에 대한 기호가 다른 점을 눈여겨보게 됐다고 말한다.

이에 채소의 경우 소스를 따로 배식해 아이들이 소스를 고를 수 있게 한다.

꾸준한 활동 통해 잔반량 감소

▲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배식대 위 잔반줄이기 홍보 포스터로 급식실은 재밌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학생들 스스로 잔반을 줄이려는 노력과 영양사의 작은 실천이 합쳐져 캠페인을 1년여 동안 지속해오면서 학생들의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음식을 가능하면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을 학생들 스스로 하게 된 것이다.

이인경 영양사는 “캠페인 전에는 무조건 많이 달라는 학생들만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적당히 주세요’ ‘이 음식은 조금만 주세요’ ‘저 음식은 조금 더 주세요’ 등 욕심내지 않고 우선 먹을 만큼만 배식받고 부족한 학생들은 다시 와서 배식을 더 받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잔반량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캠페인 후 지금까지 잔반량이 조금씩 줄어 캠페인 전과 비교하면 약 15~20kg(전교생 530명 기준) 정도 감소했다.

또한, 이인경 영양사는 “학생들에게 선호도가 떨어지는 음식과 메뉴는 조리법에 변화를 주거나 영양량 충족을 위한 대체 음식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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