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 학교 식생활교육에 바라는 '세 가지 소원'
[카페테리아] 학교 식생활교육에 바라는 '세 가지 소원'
  • 서민수 영양교사
  • 승인 2018.05.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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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수 영양교사
서울 마곡중학교

최근 식생활교육지원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두고 학교 안팎으로 논란이 있었다. 학교에서 식생활교육을 실시했음에도 학생들의 식습관과 영양불균형 문제가 개선된 지표로 나타나지 않아 학교 식생활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교육원과 교육지도사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학교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온 영양교사로서 무척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 현장의 우리들은 학교급식이 교육의 일환이라는 신념아래 ‘맛’과 ‘기호’에 치중하는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식생활교육은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교과 선생님이 엄두를 못 내는 요리수업도 일 년에 몇 차례씩 거뜬히 해내고 있다. 우리들의 활동을 뚜렷하게 눈에 띄는 수치나 결과로 증명해 낼 수 는 없지만, 오늘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따라서 지표가 나타나지 않아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단정은 잘못된 판단이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 식생활교육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기에 세 가지 소원(?)을 빌어 보고자 한다.

첫째, 학교의 교육은 법령에 따른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진다. 그러나 교육과정 어디에도 학교급식과 학교 식생활교육은 없다. 영양교사로서 이를 담당한지 10년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구체적인 교육 대상과 시간에 대한 지침도 없다. 각 학교의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국민 식생활개선이 사회적인 화두라지만 평생 기틀을 마련해야 할 어린이·청소년기 식생활교육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교과 간 체계성과 연계성을 갖춘 식생활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 중·고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의 개발과 고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둘째, 학교급식과 학교 식생활교육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국가 정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연일 매스컴은 영양(교)사들을 비위로 얼룩진 집단으로 묘사하고, 마치 전체 학교의 일인 양 일반화해 우리들의 노력을 폄훼하며 사기를 저하시킨다. 즉 친환경급식과 식생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우리들은 식생활교육의 주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학교 현장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우리들을 학교 식생활교육 전문가로서 신뢰하고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가정에서의 식생활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몹시 바쁘다. 아침식사를 거르기 일쑤이고, 저녁식사는 학원 근처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주말이면 간편식과 배달음식, 외식이 빈번하다. 제대로 된 한 끼가 학교급식뿐인 아이들도 많다.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여기에다 급식철학과 교육철학을 담은 급식은 ‘맛이 없다’는 혹평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환경급식과 학교 식생활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가정에서부터 건강한 식생활이 실천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식생활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여 학교 식생활교육이 가정, 지역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세 가지 소원이 모두 이뤄져 급식과 식생활교육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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