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한식 세계화’를 국가성장동력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한식에 대한 재인식과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각종 미디어가 한국 전통 음식의 세계 경쟁력을 다룬 프로그램 등을 앞다퉈 방송·보도하면서 한식 세계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느 때보다 응집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한식의 빠르고 긍정적인 변화 속도에 비해 한식 종사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한참 더디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늘 밥상에서 접하는 한식은 특별한 기술 없이 조리할 수 있다는 편견 때문이리라. 따라서 일각에서는 한식과 함께 한식 세계화 첨병역할을 할 조리인들에 대한 재조망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4월 출범식을 갖고, 내달 발대식을 앞두고 있는 한국음식조리인연합회(이하 연합회) 문웅식 명예회장을 만나봤다.   

쭓 연합회의 창립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그동안 한식 조리인들은 한식 세계화의 최선봉에 있으면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구조적 모순도 있겠고, 사회적 편견도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리인 스스로가 각성하고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여겨집니다.
이에 한식 조리인에게 사명감을 심어주고, 그들의 권익을 신장시킬 목적으로 한국음식포럼, 한국전통음식문화원 등 20여 개 한식 관련 단체가 모여 연합회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쭓 연합회에서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우선 조리인들의 소양 교육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조리인들이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당하는 데에는 체계적 교육의 부재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나 한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한식 조리법 등을 가르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조만간 연합회 사무실에 조리실을 구비할 생각입니다.
또한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한식 조리법을 계량화·정량화해 한식 레시피도 만들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계획단계이기는 하지만 양식이나 일식 분야 조리사들처럼 한식 분야 조리사도 통일된 복장을 갖춰 입을 수 있도록 조리복 디자인도 구상 중입니다.

쭓 다양한 조리인들을 통합·규합하기 위한 복안이 있습니까?
그것이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입니다. 사실 한식 조리인들은 유명 호텔에서부터 대중음식점에 이르기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에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때문에 한 번에 모두를 규합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순차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조리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로 포럼이나 세미나를 열어 그들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쭓 연합회의 궁극적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한식에 대한 붐 조성입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내·외국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한식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통 음식 본연의 맛을 유지시키며 외국인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이와 함께 한식조리인의 전문화를 통해 한식을 보다 체계적이고 정통한 분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쭓 끝으로 한식 세계화와 관련 정부나 기관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일선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모 정치인이 민의를 파악하기 위해 택시 운전대를 잡아봤던 것처럼 한식 세계화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나 기관의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조리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