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강도에 맞는 ‘소방서급식’이 필요하다
업무 강도에 맞는 ‘소방서급식’이 필요하다
  • 유태선 기자
  • 승인 2020.04.27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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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소방관서 27곳, 점심 식단 조사 결과 분석
연구자 - 황진호 석사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방재공학과

[대한급식신문=유태선 기자] 소방서급식은 소방공무원의 복지이자, 국민의 안전이다. 전국 소방공무원은 총 5만5000여 명으로, 소방공무원 1명당 국민 약 873명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대기 시 소방서나 안전센터 내 상주하기 때문에 급식 의존도가 큰 직종 중 하나다. 서울시 외근직 소방공무원은 3조 2교대, 21일 주기 기준 주 56시간을 근무하며, 평균적으로 자택보다 소방관서에서 더 많은 식사를 하고 있다.

또한 격한 업무 강도로 인해 성인 남성 1일 에너지 권장량 2500kcal의 1.2배, 즉 운동선수가 섭취하는 수준의 영양소가 필요하다.

연구자는 소방관에게 제공되는 급식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영양사와 동행해 32개 소방서와 관계 기관을 방문하여 점심 식단 위주로 영양량과 식단을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서울시 모든 소방서에 영양사가 배치된 지난해 9월 이전인 1월에 실시됐다. 이에 따라 영양사가 배치된 소방서와 배치되지 않은 소방서가 함께 조사돼 영양사 유무와 고용형태에 따른 비교가 가능했다.

분석 결과, 영양사가 배치되지 않은 대부분의 소방서는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가 부족하거나 탄수화물 비중이 단백질·지방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관에게 이상적인 3대 영양소 비율은 단백질1 : 탄수화물4 : 지방1로 알려져 있다.

조사한 27개 소방서와 관계 기관 중 소방공무원에게 필요한 점심 1끼 적정 열량 1000kcal를 충족하지 못한 곳은 66%인 18개소였다. 또한 단백질 적정 섭취량 31g에 미달된 곳은 25%인 7개소, 지방 적정 섭취량 14g에 미달한 곳은 14%인 4개소였다.

특히 몇몇 소방서는 적정 열량을 맞추기 위해 탄수화물을 과다하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을 통해 각 세포기관에 영양으로 공급되는데 과도한 섭취로 인해 남겨진 포도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체내에 축적이 된다. 그리고 이때 축적된 지방은 비만 위험을 높인다.

또한 탄수화물 과다 섭취 시 당 수치가 높아지고,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혈당을 급속도로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현상은 저혈당 증세로 나타나 다시 음식을 먹게 만드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탄수화물 중독이다.

연구자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소방공무원들은 야간 또는 24시간 당직근무가 한 달 근무 중 과반수 이상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에 빠질 경우 야식 유혹을 떨쳐 버리기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꾸준한 야식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방공무원 체력 저하로도 이어져 이는 소방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 판단된다.

반면 영양사가 배치된 소방서는 전체적으로 3대 영양소 비율을 맞춰 제공했다. 다만 운영방식에 따라 식단 메뉴의 다양성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A시설의 경우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양량을 충분히 제공하는 가정식 식단으로 구성됐고, 위탁 운영을 하는 B시설의 경우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식단으로 구성됐지만, 영양량은 다소 부족한 식단구성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자는 B시설의 식단구성이 소방공무원뿐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식사를 제공하는 개방된 구조 특성상 식수 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자는 논문에서 “원활한 소방서급식 운영을 위해 소방공무원 맞춤형 식단 개발이 필요하다”며 “영양량을 충족하면서 다양한 기호도를 만족할 수 있는 식단이 결국 소방공무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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