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 멜라민 안전지대 아니다”
“단체급식 멜라민 안전지대 아니다”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8.11.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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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유제품·수산물 등 수입식품에 대한 안전성 담보장치 없어

 

식약청 관계자들이 안산의 한 폐기업체에서 멜라민이 최초로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를 폐기처분하기 위해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로 시작된 멜라민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곳곳에 숨겨진 멜라민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식품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발표로 한숨 돌리고 있다. 그러나 멜라민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많은 흔적을 남겼다. 특히 멜라민이 직접 검출된 유제품과 제과·제빵을 제외한 단체급식 등 먹을거리 관련 산업의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멜라민이 추가 검출된 식품은 없다는 식약청의 최종 발표에도 불구하고 멜라민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둔 이미성(42) 주부는 “학교 앞 문구점에 가면 출처도 알 수 없는 불량식품들이 부지기수인데 멜라민 관련 품목만 수거해 조사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 기회에 수입식품 전반에 걸쳐 위해식품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14개 품목 유통·추적조차 못해

식약청은 지난 6일 중국산 분유·우유 등 함유 식품과 뉴질랜드산 락토페린, 이를 원료로 사용한 이유식, 건강기능 식품 및 수입 채소·버섯류 등 495개 품목 1,935건에 대해 ‘멜라민 혼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10개 품목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중국산 분유·우유 등 함유 식품 428개 품목 중 402개 품목(94%)을 검사해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를 비롯해 10개 품목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어 회수·폐기조치를 했으며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212개 품목에 대해서는 시중 유통·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검출된 제품이 이미 상당량이 팔려나간 상태다. 식약청이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의 총수입량은 1,340톤으로 이 중 회수된 제품은 17.7%인 238톤에 불과해 나머지 1,102톤은 이미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미사랑 코코넛’은 각각 47.5%와 35.9%가 회수됐다. 유창에프씨의 ‘베지터블 밀크파우더F25’는14%, 화통앤바방끄의 ‘고소한 쌀 과자’는 31.2%, 동서식품의 ‘리치샌드위치 크래커치즈’는 21.4%, 한국네슬레의 ‘키캣’은 12.6%, 한국마즈의 ‘엠앤드엠즈밀크’는 8.7%, ‘땅콩스니커즈 펀사이즈’는 10.6%만 회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제과의 ‘슈디’는 고작 4.8%만 수거돼 가장 낮은 회수율을 보였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식약청이 이번 발표한 회수율은 총 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수치인 것 같다”며 “남아 있는 ‘미사랑’은 대부분은 회수됐고 미수거된 제품은 영업사원을 통해 회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거조차 하지 못한 제품만도 26개 품목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서 미수거된 품목은 유해물질 검출 등으로 회수·폐기된 제품 3개 품목, 실험용 1개 품목, 러시아로 재수출된 2개 품목, 어분 1개 품목, 원료로 전량 사용해 소진된 5개 품목 등 12개 품목이다. 나머지 14개 품목은 유통·추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산지 표시기준 명확치 않아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생각되는 학교급식도 유제품이 첨가된 제품 사용이 적다는 것뿐 수입식품 전반에 대한 안전성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학교급식의 경우 직영을 하는 학교는 과자류나 빵 종류는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다. 서울의 ‘ㅎ’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에서는 한과나 떡 종류, 식혜 등 전통음료 정도가 급식용 디저트로 제공되는데 이들의 원산지 표시 기준이 명확치 않아 업체를 믿는 수밖에 없다”며 “최종 소비처인 학교에서 이를 확인하고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가공식품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시현 배재대학교 교수는 “멜라민도 문제지만 이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수십 종의 화학첨가제에 대한 안전성도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멜라민 파동으로 단체급식의 안전성을 다양한 부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급식에서 유일하게 수입산을 대량 사용하는 품목이 바로 수산물. 그러나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문제 제기한 적은 없었다. 경기 오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국내산 수산물을 쓰고 싶어도 단가나 물량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쓰고는 있지만 수입쇠고기 같은 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체에 유해한 항생제 육류가 급식에 사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7일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식약청 선행조사에 따르면 항생제인 엔로플록사신과 시프로플록사신이 검출된 삼계탕이 ㈜아워홈과 ㈜하림을 통해 2,718kg이 유통됐으며 이 가운데 82.3%는 모두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멜라민 식기류 판매도 저조

멜라민 사건 이후 플라스틱 식판 판매도 급격히 줄고 있다. 멜라민이 열에 약해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성분이 나온다는 소문에 단체급식업계에선 사용을 꺼리고 있다. 멜라민 식기류를 제작, 판매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멜라민 때문에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340℃ 이상 열을 가해야 녹는 그릇인데 고작 70℃ 정도의 국을 담았다고 해서 멜라민이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위탁급식 직영전환 시급

단체급식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위탁 급식에 대해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류 교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프리미엄급 위탁급식소가 생겨나고 있어 고무적이지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희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저가의 식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학교에서는 하루빨리 위탁급식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_한상헌 기자 hsh@f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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