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가입 법제화’ 나선 대한영양사협회의 무리수
‘회원 가입 법제화’ 나선 대한영양사협회의 무리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08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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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영협 측 요청에 ‘영협 의무가입’ 개정안 발의
현장 “문제에는 두루뭉술… 자격 없는 영협, 스스로 성찰부터”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소와 보건·의료기관 등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는 반드시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에 가입하도록 강제하는 법령이 발의돼 영양(교)사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영양사 직군의 발전보다 영양사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영협은 영양사 대표 단체로 자격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 영협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영양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국민영양관리법 제22조(영양사협회) 1항 ‘영양사는 영양에 관한 연구, 영양사의 윤리 확립 및 영양사의 권익증진 및 자질향상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양사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는 조문의 ‘설립할 수 있다’를 ‘설립하여야 한다’로 변경했다. 

즉 영협을 법에 근거한 ‘필요 단체’로 지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건기관, 의료기관, 단체급식소 등에 종사하는 영양사는 협회(영협) 정관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협회에 가입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민원성 법 개정에 나선 국회의원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전북지역에서 제기된 민원성 법안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협의 지부 중 하나인 전라북도영양사회(회장 박영민, 이하 전북영양사회) 임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북 전주시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을 만나 개정안과 관련한 내용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요구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영양사회 임원들은 영양사 직군의 규모와 활동 등을 함께 설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안이 알려지자 일선 영양(교)사들은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되도 않는 전문영양사 자격증 만들어 영양사 주머니를 털어온 것이 최근 드러나자 영협은 두루뭉술 넘어가려 하고 있다”며 “그러다 의무가입을 법으로 만들어 다른 행태로 돈벌이에 나서려 한 것이 또 드러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영양사는 “지금까지 영협이 영양사들과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영협의 청탁금지법 위반, 교육비 전용 등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는데도 보수교육을 통해 ‘영양(교)사들은 청렴해야 한다’고 강의하던 단체가 영협”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영양사들이 영협을 외면하는 실태가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법안까지 만들었을까 싶지만, 그 이전에 왜 영협을 외면하는지 성찰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반면 소수지만 찬성 의견도 있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사는 “영양사 처우개선은 개인의 힘으로 어렵다”며 “여러 사람이 참여해 한 목소리를 내야만 국회든 정부든 영양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진동력 약한 법안, 제대로 될까

일단 이 개정안은 추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개정안을 다루는 소관 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보건복지위)’인데,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이와 무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다. 특히 재선인 김 의원은 지난 7년간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을 뿐, 보건복지 분야와는 접점이 전혀 없다. 

보건복지위 소속 동료 의원을 통해 요청할 수도 있지만,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조차 찬성하는 의원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쉽지 않은 편. 비교적 간단한 개정안임에도 최초 제안 후 발의까지 몇 개월이나 걸렸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무엇보다 영협의 현 실태가 외부로 알려지면 법안의 명분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급식신문이 확보한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양사 면허 소지자는 14만9050명인데 반해 영협이 복지부에 제출한 회원은 8000명에 불과하다. 또 이 중 상당수는 회비를 내지 않는 ‘평생회원’이라 영협과 뜻을 같이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다수 평생회원 구조는 2006~ 2007년 식품위생직 영양사가 영양교사로 대거 전환될 당시 2400여 명에 달하는 해당 영양사들이 연회비 대신 ‘평생회비’를 일괄 납부하면서 이뤄졌다. 

그 이후에도 더 이상 연회비를 내지 않으려는 상당수 회원들이 평생회비를 납부해 현재 연회비를 내며 영협을 지지하는 회원은 50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영협에 대한 영양(교)사들의 비호감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영협 측은 현장의 반발을 예상했는지 김 의원실에 개정안 관련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협 측은 대한급식신문의 (김 의원에게 이번 개정안을 먼저 제안했나)질문에 “모든 법안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본 건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양사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의사, 간호사, 약사, 조산사 등과 같이 법률에 따른 인력관리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고 있다”며 다소 엉뚱한 해명을 보내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원님의 의정활동이 지역구에 맞춰져 있고, 지역의 강한 의견을 받아들여 타 의원들과 논의한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 추진하게 됐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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