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K-급식’의 위상을 높이는 길 
[나침반] ‘K-급식’의 위상을 높이는 길 
  • 서울 신광여자고등학교  전은주 영양교사 
  • 승인 2023.08.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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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광여자고등학교  전은주 영양교사 
전은주 영양교사
전은주 영양교사

우리나라 학교급식은 외국에 비해 늦게 시작됐으나 발전의 속도는 눈부셨다. 그래서인지 최근 외국에서 ‘K-급식’을 배우러 오는 사례들은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30여 년 전에는 우리가 외국으로 급식 시스템을 배우러 갔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그간 현장에서 고군분투해온 영양 선생님들의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학교급식은 일반 산업체급식과 달리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건강을 위해 교육당국이 정해놓은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의해 식단 작성이 이뤄진다. 예를 들면 급식 지침상 학생들이 좋아하는 튀김은 1주일에 2번까지만 제공하면서 저당, 저나트륨, 전통음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다소 지침에 어긋나는 획기적인 급식을 자주 제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논란을 보면서 학생들이 매일 먹는 급식 식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숙명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학생들은 등교하는 매일 급식을 먹기 때문에 영양(교)사들은 늘 새로운 식단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여기에 부족한 급식시설과 조리실무사는 영양(교)사에게 큰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즉 식단을 어떻게 구성해야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학생들은 급식 외에 다양한 외식을 접하고 있으며, 새로운 음식도 자유롭게 접한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학교급식과 비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학교급식이 다른 음식문화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표현하지 않나 생각한다.

필자는 급변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원하는 새로운 메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수급식·외식산업전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메뉴들을 접하고 배우며 영양 선생님들과 함께 맛집 탐방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SNS를 적극 활용해 다른 선생님들의 메뉴도 가까이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음식을 맛보고 응용해 급식에 제공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필자만의 원칙이 있다면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통음식과 조화를 이뤄 제공한다는 것이다. 외식에서 주는 맛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어도 학생들의 건강과 성장을 생각해 식자재 종류를 바꾸고, 첨가물을 줄이는 등 조리법을 바꾼다.

지금처럼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빠르게 접하고 받아들이는 4차산업 혁명시대에 영양(교)사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급식 인스타그램 등 SNS와 맛집 탐방을 통해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급식에 응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런 생각이 모든 영양(교)사들에게 정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영양(교)사 스스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교육 당국도 이 같은 영양(교)사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리실무사 인원 확대와 조리실 현대화다. 영양(교)사 역시 2인 근무가 필요하다. 당장 배치가 어렵다면 5시간 이상의 업무 보조인력이라도 투입되어야 한다. 결국 영양(교)사 스스로 자기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영양(교)사와 조리실무사들에게 유명 맛집 탐방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긴다.

영양(교)사들의 노력과 고민에 응답하는 교육 당국의 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K-급식’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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