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음식중독, 비만율 낮추는 열쇠될 수도
[연구] 음식중독, 비만율 낮추는 열쇠될 수도
  • 김나운 기자
  • 승인 2023.09.0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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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심리학과 연구팀, ‘음식중독’의 심리학적 원인 분석
“‘폭식’과는 행태 사뭇 달라, 음식중독척도 도입해 대처해야

[대한급식신문=김나운 기자] 비만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념과 진단기준 및 척도, 치료법 등이 정의되지 않은 ‘음식중독(food addiction)’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주원 중앙대학교대학원 심리학과 연구자와 현명호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담긴 ‘음식중독의 진단분류에 대한 연구현황과 과제’를 ‘스트레스硏究’ 최근호에 게재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비만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005년 30%를 넘어섰고, 이후 계속 증가해 2020년에는 38.3%를 기록했다.

특정한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려 하는 ‘음식중독’이 비만율 감소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특정한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려 하는 ‘음식중독’이 비만율 감소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연구자는 이에 대한 원인을 풍부한 음식량, 자극적인 가공식품, 그리고 고열량 식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정 음식이 중독을 유발할 수 있고, 비만인 사람을 음식중독으로 볼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임상적으로 음식중독은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음식 중 한 개 이상의 음식에 신체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섭식중독(eating addiction)’이라고도 불리며 다른 중독과 발달과정이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중독이 처음 언급된 시기는 1990년대다. 당시 초콜릿의 중독적 소비가 학계의 관심을 끌었고, 2000년대 초기에는 비만 또는 ‘폭식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뇌영상 연구에 의해 음식중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예컨대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피자같이 건강에 좋지 않지만 ‘자극적인’ 인스턴트 식품을 지속적으로 찾는 현상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주성분으로 하는 음식은 감칠맛이 있어 기분을 좋게 하는 화학물질이 뇌에 분비되면서 음식 갈망을 초래하는데, 이는 뇌에 있는 보상영역의 과활성화가 물질중독을 일으키는 기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는 음식중독을 임상적으로 볼 때 ‘중독장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음식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심리장애 증상과 비교했다. 대표적인 장애 증상이 ‘물질사용장애’다. 두 증상 모두 중독 대상에 대한 통제 결함과 갈망을 보인다. 즉 특정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려 하고, 그 충동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내성과 금단증상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비슷한 증상은 폭식장애다. 음식중독과 폭식장애 모두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음식을 섭취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로 인해 비만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폭식장애는 불안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목적이 강하지만, 음식중독에서는 맛있는 맛 자체를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 외에도 도박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과 비슷한 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음식중독의 발생 기제는 기본적으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여진다. 음식 속의 특성 성분이 그 자체로 중독을 유발하거나 생리적 변화를 유도해 섭취를 증가시킬 수도 있고 신경전달물질의 과도한 방출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자는 기존의 대표적인 음식중독 중 하나인 ‘알코올중독’과 ‘지방성분중독’의 신체 반응에 일관된 점이 있어 보다 자세한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음식 성분 자체에 대한 중독 가능성도 있는데 이런 경향은 고당분의 음식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연구자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음식중독은 폭식장애와 같은 ‘섭식장애’보다는 물질 혹은 행위중독의 범주로 구분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음식에 유해성분이 없다는 점에서 행위중독으로 범주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행동적 유사점에 근거해 섭식장애로 분류할 경우 폭식 관련 스펙트럼장애의 차원적 진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음식중독측정 도구로 美 미시간대 연구팀이 개발한 예일 음식중독척도(Yale Food Addiction Scale, YFAS)와 청소년 음식중독척도(YFAS-C) 등의 사용도 권장했다.

연구자는 논문에서 “지금까지는 음식이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필수요소였기 때문에 음식중독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게 보고 관심도 덜 기울였으나 음식 관련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음식이 다양해지고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현존하는 섭식장애와는 차이를 가진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YFAS를 사용한 국내 연구에서 심각한 수준의 음식중독을 경험하는 사람이 다수 보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건강음식집착증(OrthorexiaNervosa) 연구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섭식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음식중독에 대한 연구 역시 앞으로 더욱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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