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 내년 학교급식 예산 “난감하네” 
줄어들 내년 학교급식 예산 “난감하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1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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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4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대 최대규모로 삭감 
물가 폭등·인건비·운영비 상승인데… 급식단가 ‘동결’ 전망 
급식 예산 줄어들면 급식비 중 줄일 수 있는 건 식품비 유일
축소된 교부금… 교육청 예산 편성에 따라 급식 수준 ‘유동적’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가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삭감하면서 교부금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급식비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교육 당국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대한급식신문 360호 (2023년 5월 22일자) 참조>

초·중등 할당 교부금 큰 폭 줄어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지난달 30일 2024년도 예산안을 95조6254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도 본예산 101조9979억 원 대비 6조 원 이상 감소한 규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초·중등 교육에 할당되는 교부금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교육부가 2024년도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삭감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간담회 모습.
교육부가 2024년도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역대 최대 규모로 삭감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열린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간담회 모습.

교부금은 2023년 75조7607억 원에서 2024년 68조8859억 원으로 6조8748억 원 깎였다. 이는 전년 대비 9.1% 삭감된 것으로, 모든 예산항목 중에서 가장 큰 폭이다. 또한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도 2023년 대비 2594억 원이 감소한 3조2106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런 가운데 대학 일반재정지원 등 대학 지원예산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평생교육 특별회계)’는 2023년 9조3773억 원에서 14조8567억 원으로 5조4794억 원 크게 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조성되는 교부금의 재원은 당해연도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 합계액이다. 내국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 국내에 있는 과세 물건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를 말한다. 총 세수의 20%가량을 무조건 편성하도록 법령에 규정돼 있다.

줄어든 교부금, 학교급식 어쩌나

교부금 규모는 지난 몇 년간 큰 폭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부금은 언제든 줄어들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 감세 기조와 경기침체, 부동산거래 감소, 수출 부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면서 교부금 규모가 줄기 시작했고, 이번에 역대 최대규모의 삭감이 현실화됐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학교급식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 무상급식 체계가 교부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교육부의 ‘2021년 학교급식 실시현황’ 통계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2021년 한해 학교급식에 투입한 예산은 6조2193억 원이며, 이중 약 70%인 4조2523억 원이 교부금으로 지원됐다. 2021년 기준 총 교부금 규모는 약 53조 원으로 교부금 사용처 중 단연 압도적 1위이다.

게다가 이 같은 교부금의 무상급식비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지난 몇 년 늘어난 교부금을 근거로 무상급식비 부담 비율 증가를 요구해왔고, 실제 상당수 지역에서는 부담 비율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폭등과 전기·가스요금 상승 등 급식단가가 높아져 2022년 기준 교부금의 무상급식비 규모는 5조 원이 넘는다는 추산이 나온다. 

급식비 줄면 품질 담보 못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교부금 규모가 줄어들면 급식 운영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물가 폭등과 인건비·운영비 상승 추세가 가파르고, 이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급식비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결국 급식비 중 식품비에 영향을 미쳐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A영양교사는 “급식비를 줄이기는 어려운 가운데 교부금이 이렇게 큰 규모로 줄어들면 단가 동결은 확정적”이라며 “현재 물가인상률과 공공요금 인상 추세를 보면 내년 급식 운영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충남지역의 B영양교사도 “현재 학교급식 구조상 인건비는 줄일 수 없고, 운영비는 갈수록 늘어 결국 급식비 중 줄일 수 있는 것은 식품비뿐”이라며 “식자재 품질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악의 상황, 친환경 급식 포기?

최악의 경우 ‘친환경 무상급식’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이 몇몇 교육청에서 먼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지역의 C영양교사는 “영양교사 입장에서 교육 당국이 부족한 식품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식자재 품질을 낮추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교육 당국이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급식 조리실 리모델링이나 조리기구 및 설비 지원예산도 삭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17개 교육청이 2021년에 투입한 급식시설·설비비는 3825억 원이었다. B영양교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사업에 예산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그 외의 조리기구 및 설비 교체예산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청은 조리 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환기설비만큼 조리기구 및 시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려한 예산편성 기조, 현실로

이번 교육부 예산안 중 특히 비판을 받는 부분은 평생교육 특별회계 신설될 당시 제기됐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올해 5월 정부는 약 10조 원 규모의 평생교육 특별회계를 세우면서 초·중등 지원예산 중 3조 원을 이관해 편성한 바 있다. 

당시 교육계 관계자들은 “초·중등 예산을 빼서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크게 반발했다. 이에 교육부는 예산 이관 규모를 3조 원에서 1조 원으로 줄이면서 ‘한시적인 예산’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에서는 정부의 대학 지원 확대가 더욱 커졌다. 평생교육 특별회계의 규모가 늘어난 만큼 학교에 지원될 교부금이 줄어든 것인데, 최근 유보통합 등으로 교부금이 더 절실해졌음에도 큰 폭의 삭감을 한 것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기지역 D영양교사는 “축소 확정된 교부금을 일선 교육청이 어떻게 예산을 편성하느냐에 따라 급식 수준이 변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예산편성 기조를 보면 이제 학교 무상급식을 축소하거나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내년 학교급식 운영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벌써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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