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제 조리실서 ‘안전모’도 써야 할 판
[이슈] 이제 조리실서 ‘안전모’도 써야 할 판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27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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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천안지청, 충남교육청에 ‘안전관리 소홀’ 과태료 300만 원 처분
충남교육청, 해당 학교 감사 돌입… 분개한 영양(교)사들, 집단행동 불사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급식 조리실을 청소하며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주인 교육청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리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청은 과태료 부과를 빌미로 해당 학교장과 영양교사에 대한 감사에 나서 지역 영양교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선 급식 관계자들은 학교급식에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끼워 맞추다’가 발생한 난맥상이라며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교육청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노동부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및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의 집회 모습.
지난 25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및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의 집회 모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이하 충남전교조)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이하 충남학비노조)는 지난 25일과 26일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 이하 충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 천안지청은 지난해 6월 천안 A초등학교 조리실에서 조리 실무사들이 국솥 위로 올라가 후드를 청소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받고 1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안전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충남교육청에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다.

즉 조리 실무사가 후드 청소를 위해 추락 위험이 있는 국솥 위로 올라가면서 보호장구인 안전모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산안법에 따른 안전관리 소홀 등에 따라 사업주인 교육청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과태료 처분 후 충남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학교 측에 책임을 물으려는 태도를 보이자 일선 영양(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영양(교)사들은 “과태료 처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A영양교사는 “청소할 때마다, 그리고 조리 중 조금이라도 높은 위치에 올라선다면 무조건 안전모를 쓰라는 명령인 셈인데 현실성이 없다”며 “천안지청의 과태료는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태료 부과 자체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부, 교육부, 충남교육청에서 제시한 안전지침, 산업안전매뉴얼, 보호구 지급대장 등 모든 지침과 매뉴얼에 ‘안전모’라는 단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침에서는 모두 ‘보호구’라는 단어만 포괄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특히 산안법을 최초 학교급식에 적용하기로 할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학교급식소 운영자인 학교장을 대신해 영양(교)사가 실질적인 급식 운영을 맡는 구조에서 영양(교)사를 산안법상 ‘관리감독자’로 선임하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조리실 내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였다. 당시 이러한 우려는 관리감독자를 학교장이 맡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하지만 과태로 처분을 받은 충남교육청이 해당 학교를 감사하며, A초등학교 영양교사를 대상에 포함시키고 감사의견서 제출을 독촉하자 ‘교육청이 영양교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충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잘못된 과태료 부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않은 교육청이 뒤늦게 영양교사를 압박해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애초에 산안법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업무담당자’라는 직위를 만들어 영양(교)사들을 옭아맬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천안지청 과태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어 면담과 함께 이의를 제기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충남교육청 안전총괄과 고위 담당자는 “천안지청은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어서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이의 신청이 거부됐으니 행정소송만 남았는데 교육청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여서 현재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양(교)사들의 우려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영양(교)사들에게 산안법 혹은 과태료에 따른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천안지청 담당자는 “해당 사안은 산안법상 과태료 처분 사항이기 때문에 경고 혹은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관리감독자인 학교장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조사 대상 및 범위에 대한 판단으로 학교장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동안 어느 지침이나 매뉴얼에도 안전모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갑자기 과태료부터 부과한 것은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더 이상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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