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야기] 잔치국수
[한식이야기] 잔치국수
  • 한식진흥원 · 한국외식정보(주)
  • 승인 2020.01.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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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었던 별식

마을잔치 때 모두가 어울려 기쁨을 나누며 먹었던 호사스러운 음식이 잔치국수다.

삶아 건진 국수에 맑은 장국을 부어내는 국수 요리는 요즘이야 손쉽게 접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쉽게 맛보기 힘든 귀한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긴 면발이 ‘장수’의 뜻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지만 귀한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이기도 했다.

■ 결혼식에는 잔치국수

잔치국수는 예전부터 마을 잔치의 대표 음식으로 쓰인 손님 접대용 음식이었다. 특히 결혼식 날에는 꼭 국수를 대접했는데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어 결혼식에 가는 것을 ‘국수 먹으러 간다’고 하고, 결혼 계획을 물을 때는 ‘언제 국수 먹여 줄거냐’고 묻는 것이 우리의 오랜 풍습이 되었다.

결혼식에 잔치국수 대신 갈비탕이 올라야 손님 대접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의 이야기인데 요즘은 다시 본래의 축하나 장수의 의미를 살려 잔치국수를 대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집에서 해 먹을 때는 양념간장이나 애호박볶음 정도를 올려 소박하게 먹고, 초대나 잔치음식으로 쓸 때는 고기볶음과 달걀지단, 석이채, 미나리 같은 고명을 색스럽게 얹어 먹는다.

■ 고기 국물에서 멸치 국물로

‘장국수’라는 말이 있듯, 원래는 고기 국물을 사용하지만, 요즘은 ‘멸치 국수’가 대세다. ‘장국’은 잘게 썬 쇠고기를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것을 말한다. 잔치국수는 술술 넘어가는 그 맛도 좋지만 육수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장국에 말아낸 국수는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터에서 국밥과 함께 가장 많이 먹는 간편식이기도 했다. 미리 삶아 타래를 지어 놓은 국수에 가마솥에서 설설 끓여낸 장국을 붓고 고명만 얹으면 수백 그릇도 손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삶은 국수를 그릇에 담고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것을 두세 번 하면 국수가 따뜻하게 데워지는데 이것을 ‘토렴’한다고 한다.

■ 안동 양반가의 솜씨자랑, 건진국수혼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국수를 만들고, 이것을 건져 장국을 부어 만든 음식. 건진국수라는 명칭은 밀가루·콩가루 반죽의 칼국수를 익혀 찬물에서 건져냈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요록』*에 나오는 ‘태면’이 건진국수와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 국수문화가 한창 꽃을 피우던 고려 말엽에서 조선시대에 있었던 음식으로 추측되고 있다.  쪱『요록(要錄)』 1680년 경에 쓰인 저자미상의 조리서다. 주식류 11종, 부식류 32종, 떡 16종, 후식류로 차·잡과·정과 등이 13종, 술 27종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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