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꾸러미 논의, 다시 시작되나
농산물꾸러미 논의, 다시 시작되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3.1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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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식재료 발주량, 코로나19 이전 70% 수준으로 회복
‘원격수업 중 희망자에 급식하라’… “꾸러미사업이 대안될 수도”
꾸러미사업 관련 협의체 구성… eaT 식재료 공급업체 활용 필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해 학교급식 분야에 큰 이슈 중 하나였던 ‘친환경농산물꾸러미사업(이하 꾸러미사업)’이 올해도 조심스럽게 검토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좋은 취지였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돼 학교급식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과 부담이 된 꾸러미사업이었던 만큼, 올해 시행된다면 철저한 사전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학 맞은 학교들, ‘급식 순항’

지난 2일 일제히 개학을 맞은 학교들의 급식은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급식 현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도 눈에 띈다.

한 학생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한 학생이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먼저 서울시내 학교 1000여 곳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이하 올본)가 지난 2일 학교에 공급한 식재료는 33t이었으며, 이튿날인 3일은 70여 t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월 2일에 공급된 물량이 108t인 것을 감안하면 평상시의 70% 정도 수준으로 파악된다. 즉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이하 거리두기)가 2단계를 유지하고 있고, 초등 1~2학년과 고교 3학년이 매일 등교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학교에서 약 2/3의 학생들이 등교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현황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에서 확인된다. eaT를 통해 식재료 공급계약을 맺는 학교가 전체 학교의 90%에 달하기 때문. 코로나19 이전 eaT의 한달 평균 거래액은 약 3000~4500억 원 수준이다.

특히 3월은 개학 직후로 거래액이 가장 큰 5000억 원 가량이다. eaT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거래액은 약 3400억 원 규모로 예년의 7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집계에 따라 수도권을 제외한 대다수의 지역 학교에서는 거리두기 1.5단계를 유지하면서 2/3 이상의 등교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심스레 고개 드는 ‘꾸러미사업’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적지만 급식 운영이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지역은 등교하지 않는 1/3 가량의 학생들을 위해 꾸러미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권역에서는 조심스럽게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당초 무상급식비는 학생 전원이 등교할 때를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남는 급식비를 꾸러미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올본 관계자는 “무상급식비 일부를 꾸러미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공공분야에서 직접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충청남도 공주시가 지역 내 학생들에게 제공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지난해 충청남도 공주시가 지역 내 학생들에게 제공한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몇몇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꾸러미사업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는 올해 ‘제주산 친환경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을 놓고 제주도교육청과 협의 단계에 있으며, 충남 아산시도 정상적인 급식운영을 지원하면서 한편으로는 급식 중단을 대비한 꾸러미사업 준비에 나섰다. 방향은 약간 다르지만, 강원도교육청도 원격수업 중인 학생들을 위해 학생 가정에 꾸러미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뭔가 달라도 달라야

꾸러미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명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가장 큰 원인은 교육부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1년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원격수업 중인 학생이라도 해당 학생이 원하면 급식을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원격수업 학생이 ‘단지 급식을 위해’ 학교를 방문하기 어려운 데다 오히려 원격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계속되는 코로나19는 결식아동 등의 문제가 양산되고, 이는 또 언론보도로 이어져 ‘급식 제공이 어렵다’는 항변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

게다가 급식 현장의 고충과는 별도로 지난해 시행된 꾸러미사업의 학부모 만족도가 90%가 넘게 나온 이상 교육국 입장에서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 따라서 원격수업을 받는 아동들에게 직접 현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꾸러미 공급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큰 명분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급식 관계자들은 꾸러미사업의 방향과 기준에 대한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하남의 A학교 영양교사는 “꾸러미사업 실시는 좋지만, 지난해처럼 주먹구구식은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실시 주체와 기관, 담당 부서의 명확화”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B학교 영양교사도 “외부에서 보기에 꾸러미사업이 단순해 보여도 농산물 선정과 물량 확보, 배송, 안전성, 학부모 민원처리, 농가와의 소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야말로 산더미”라며 “기관·교육청·농가·공급업체·영양(교)사 등 모든 구성원을 포함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꾸러미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식재료 공급업체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aT와 올본 등에 등록된 공급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 20여 년 이상 식재료 공급에 종사했다는 eaT 등록업체 관계자는 “친환경농산물을 수집해 공급한 경력만 십수 년이고, 매일 정해진 시간과 물량을 학교에 배송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업체들이 많다”며 “배송인력과 차량, 효과적인 배송 루트 등은 전문업체들이 가진 경쟁력으로, 물량 부족과 같은 문제도 업체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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