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급식’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행은 안 될 일
‘채식급식’ 취지는 공감하지만… 강행은 안 될 일
  • 박선영 기자
  • 승인 2021.04.27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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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 없이 늘어난 ‘잔반’에 건강과 영양 불균형 우려도
현장의 엇갈리는 의견 속… “결국 중요한 건 학생 선택권”

[대한급식신문=박선영 기자]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저감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각 시·도교육청별로 채식급식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급식에서 가장 중요한 학생들의 선택권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채식식단을 운영하는 영양(교)사들은 늘어난 잔반과 학생들의 영양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채식급식을 결정한 일부 교육청들은 육식을 줄인 채식이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저감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교)사 등 급식 관계자들은 채식 거부권도 없는 상황에서 아직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된 학생들에게 채식급식을 ‘선시행’하고, ‘후교육’하겠다는 교육청의 방침은 오히려 반감마저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요된 채식급식, 바람직하지 않아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10년 동안 채식급식을 해왔다는 전북의 한 중학교 영양교사는 “탄소 저감 등의 이유로 육식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채식을 강요하기란 쉽지 않다”며 “채식급식은 잔반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는데 영양교사 입장에서 잔반이 많은 식단을 권하는 것은 학생 건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부 시·도교육청이 경쟁적으로 채식급식에 나서고 있는데 교육정책이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 균형보다 탄소 배출량 감소를 더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도 “아이들이 선호하는 반찬이 없는 날은 당연히 잔반이 많이 나온다”며 “채식급식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다수 학생들이 거부한다면 결국 학교급식의 목적과 기본 방향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마다 다른 채식급식 방향
반면 채식급식에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지역도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초·중·고교에서 월 1회 ‘채식의 날’을 운영 중인 울산시교육청은 개별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채식 선택을 보장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일괄 시행이 아닌 각 학교의 권장 사항으로 주 1회 이상 ‘잔반없는 날’과 월 1회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급식에 선두주자라 볼 수 있는 전북은 희망학교에 한해 채식 식재료 구입비를 지원한다. 지난 7일 전북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식급식을 희망하는 19개교 7248명에게 채식 식재료 구입비를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2011년~2017년까지 채소 메뉴와 식단을 확대하는 채식의 날을 주 1회 시범 운영했으며, 2018년~2020년까지는 학교별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다.

반면 대다수의 교육청은 선택권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수도권 한 학교급식 관계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채식급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며 “급식도 교육의 하나이므로 환경 살리기에 동참하는 것은 의무교육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채식은 육식과 비육식 이분법적 논리가 아닌 환경파괴를 막는 대안이 됐다”며 “채식 거부는 곧 환경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작 중요한 건 학생 선택권
이처럼 채식급식을 시행하려는 교육청과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부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도, 채식도 아닌 학생 선택권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 시민을 키워내는 학교에서 다른 부분도 아닌 급식에 강제는 있을 수 없다는 것.

서울 강동구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탄소 저감이 시급하다지만 학생들의 영양 균형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며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채식급식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송파구의 또 다른 초등학생 학부모는 “이제 학교급식은 아이들에게 건강과 성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며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학교인 만큼 최대한 학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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