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서울 희망급식 바우처’
‘애물단지’로 전락한 ‘서울 희망급식 바우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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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에 농민·편의점 관계자까지 일제히 비판
서울교육청, “전문가들과 협의해 품목 확대” 해명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달 20일 시작한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의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이 뭇매를 맞고 있다. 학교급식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모든 학교급식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학생과 학부모들은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정작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품절’이 되는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제시한 편의점 도시락 규격은 ▲칼로리 990㎉ 이하 ▲나트륨 1067㎎ 이내 ▲단백질 11.7g 이상이다.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도시락은 아예 결제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기준을 맞춘 도시락은 매우 소수인데다 바우처 사용이 몰리면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도시락 외에 구매할 수 있는 품목 기준도 불분명하다. 예를 들면 떠먹는 요거트는 되지만, 마시는 요거트는 안 된다. 또 제철 과일이라도 냉동제품은 제외다. 여기에 김밥은 살 수 있지만, 삼각김밥은 살 수 없다. 반찬이 없다는 이유다. 생수도 살 수 없다.

편의점 관계자들도 고충을 호소한다. 서울교육청이 구입 가능 품목을 제대로 공지하지 못한 탓에 학부모와 학생에게 정책을 설명하는 것은 고스란히 현장 편의점 관계자의 몫. 사업 시행 전 제로페이 앱 설치와 로그인까지 온갖 민원에 시달린 학교 영양(교)사와 행정실의 고충이 편의점으로 그대로 옮겨간 모양새다.

학교급식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농업계에서도 격한 비판이 나온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만 배 불리는 정책이라는 것.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철 과일도 국산 과일이 아닌 대부분 수입산이 대다수이므로 학교급식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지난달 전국먹거리연대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이번 바우처 지원사업은 수입 농산물로 만든 편의점 식품들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친환경 계약재배 농가와 학교급식 업계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락 공급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 기인해 빚어진 결과”라며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정책을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영양(교)사들의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사업 시작 전부터 촉박한 일정 탓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던 영양(교)사들은 바우처 지급이 시작된 후 뒤늦게 참여하려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학교급식 운영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한다.

서울시영양교사회의 한 임원은 “아직도 각종 민원이 학교로 오고 있다”며 “늦은 신청의 이유가 다문화가정이거나 저소득층 혹은 고령의 조부모가 신청대상인 경우가 많아 이 또한 업무부담이 되고 있다”며 “서울교육청은 부실한 사업 준비로 발생한 학부모·학생 불만과 각종 민원을 학교 현장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현장의 비판이 쏟아지자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31일 기준을 변경해 품목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느 정도 불편이 해소될지 미지수다.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급식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품목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품목도 전문가와 협의해 정한 것”이라며 “영양량 기준 등을 검토해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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