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치 잡을 기회인데, 갈피 못 잡는 김치협회
중국 김치 잡을 기회인데, 갈피 못 잡는 김치협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1.06.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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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에 거부감 커진 중국산 김치 잡을 기회인데도… ‘먼 산만’
국산김치인증 팻말 제작만 ‘수억 원’… 결국 이사들 반발에 삭감
김치협회, 김치산업 진흥은 간데없고 ‘김치만들기’ 강좌에만 혈안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지난 3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이슈로 떠올랐던 ‘알몸 절임 중국 김치’ 동영상 파문으로 외식업소 등의 중국 김치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중국 김치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산 김치가 이번 기회를 필두로 점유율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이 같은 요구에 앞장서야 할 (사)대한민국김치협회(회장 이하연, 이하 김치협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생 문제로 수입 급감한 중국 김치

일단 중국 김치 파문으로 인해 중국 김치 수요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가 집계한 4월 중국 김치 수입량은 1만8077t이다. 3월 기준 2만5247t에서 약 28.4%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4월(1만9453t)과 비교해도 무려 7.1%가 줄어든 물량이다.

역대 수출입 통계를 봐도 지난 2016년 7월(1만7513t)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입량이다. 특히 지난 3월 중국 김치가 전년 3월과 비교해 약 24.5%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4월 수입량 감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수입액으로 봐도 감소세는 눈에 띈다. 4월 중국 김치 수입은 지난해 4월 대비 약 17.3% 감소한 991만 달러(약 112억 원)로, 3월에 비해 31.2% 급감했다. 이에 대해 식품 및 김치업계 모두 공통적으로 알몸 절임 중국 김치 영상 파문에 따른 거부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기회지만, 가격에 막힌 국산 김치

특히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중국 김치가 나오는 식당에 가지 않거나 중국 김치를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자연스럽게 국산 김치 소비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치업계는 중국 김치와 같이 국산 김치의 소비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중국 김치는 위생 문제로 거부하지만, 국산 김치는 가격이 너무 높아 식당 등에서 엄두도 못 낸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중국 김치에 대한 ‘비호감’이 최고치에 다다른 지금,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국내 김치업계가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억 원의 정부 예산을 받는 김치협회 마저 소극적이어서 ‘절호의 기회’를 허망하게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치산업 육성 위해 도입된 자조금

국내 김치 분야의 전통식품 명인들과 종가집 등 대형 김치업체들이 회원인 김치협회는 명실상부한 김치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2011년 ‘김치산업진흥법(이하 김치산업법)’을 제정하고, 김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5년마다 세우도록 규정한 ‘김치산업진흥종합계획’을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수립해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김치협회가 1만개를 제작하겠다고 계획했다가 내부 이사진의 강한 반발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국산김치자율표시인증제’ 사업 팻말.
올해 김치협회가 1만개를 제작하겠다고 계획했다가 내부 이사진의 강한 반발로 예산이 대폭 삭감된 ‘국산김치자율표시인증제’ 사업 팻말.

특히 김치산업법에서는 정부 정책과 함께 민간에서도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김치자조금’을 법 조문에 포함했다. ‘자조금’이란 ‘농수산자조금법(이하 자조금법)’에서 규정한 자조금 단체가 농산물의 소비 촉진, 품질향상, 수급조절 등을 위해 농산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조성·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의 노력에 힘을 더하기 위해 매칭펀드 방식으로 조성된 자조금만큼의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 10억 원의 자조금을 모으면 정부가 1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총 20억 원의 자조금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한우, 한돈, 우유 등 축산물 자조금과 인삼, 키위, 배 등 14개 품목의 농산물 자조금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자조금은 조성되어 있으나 정부 보조금은 받지 않는 ‘임의자조금’이 12곳 있다.

법적 근거 다른 김치자조금, 특혜?

김치산업은 김치산업법에 근거해 2011년에 자조금이 마련됐다. 자조금법을 따르는 일반 자조금과는 달리 법적 근거가 다른 김치자조금은 ‘의무자조금’ 혹은 임의자조금의 분류도 거치지 않은 채 2012년 곧바로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았다. 그리고 이 같은 김치자조금을 관리하는 단체는 바로 김치협회다.

일각에서는 김치산업법에 근거한 김치자조금은 ‘특혜’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자조금법에 따라 자조금 준비부터 임의자조금을 거쳐 보조금을 받는 의무자조금으로 발전하지만, 김치자조금은 이런 과정 없이 자조금이라는 이름으로 보조금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치자조금은 2012년 5200만 원을 시작으로 2017년에 2억5000만 원을 지원받았고, 올해부터는 보조금이 5억 원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즉 민간에서 조성한 5억 원을 포함해 김치자조금의 예산 규모가 10억 원이 된 것이다.

김치업계 전반에서는 지금처럼 중국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때 국산 김치의 도약을 위해 자조금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김치업계의 이런 시각과 달리 김치협회가 자조금을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잡음은 김치협회 내부에서부터 강해지는 모양새다.

기회인데 갈피 못 잡는 ‘김치협회’

김치협회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큰 비판은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현실적인 사업보다는 ‘뜬구름 잡기’식 사업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국산 김치를 자발적 사용하는 외식업소에 ‘국산 김치 사용 100%’를 표기한 팻말을 제공하는 ‘국산김치자율표시인증제(국산김치인증)’다. 이 사업은 이미 김치협회를 비롯한 5개 협·단체가 몇 년 전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이 시점에 추진할 사업은 아니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김치협회의 한 이사는 “당초 김치협회 사무국이 국산김치인증 팻말을 1만 개 제작하는 등 이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쓰겠다는 계획을 이사회에 올려 여러 이사들이 강하게 비판해 결국 30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며 “지금 절실한 것은 저가 중국 김치에 맞설 인프라와 기반 구축인데 김치협회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김치협회 임원은 “지금은 김치산업 기반과 기술 등에 투자해 중국 김치와 겨룰 수 있는 가격경쟁력 확보 등이 중요한데 김치협회 사무국과 회장단은 뭘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의 한 회원사 대표도 “김치자조금 예산은 목적에 맞도록 김치산업 진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데 ‘김치만들기’ 강좌 따위나 하고 있는 것이 김치협회의 현실”이라며 “앞으로 김치협회 감사와 함께 모든 예산 사용 등을 철저히 감시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치협회 이상집 전무는 “김치협회가 진행하는 자조금 사업은 모두 이사회의 승인과 논의를 거쳐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조금 예산 증가를 반영한 추가 사업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올해 사업계획 관련 자료는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받으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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