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주셔서 절대 남기지 않아요”
“할머니가 주셔서 절대 남기지 않아요”
  • 장윤진 기자
  • 승인 2012.04.2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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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급식도우미, 매일 같은 반 배식으로 아이들 양까지 정확히 파악

■ ‘어르신 급식도우미’로 식사예절과 인성교육하는 서울동답초등학교

 

 


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게는 순번제로 돌아오는 급식 도우미가 큰 고민이다. 또 퇴직 후 할 일이 없는 노인에게는 일자리가 고민이고, 초등학교 교사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급식하는 것이 고민이다. 이에 동대문구청(구청장 유덕열)은 관내 보육시설 및 초등학교에 어르신 급식도우미를 파견해 학교 급식 도우미 문제로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 노인의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학생들은 명절에나 볼 수 있었던 할머니를 매일 만나서 어른에 대한 공경과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린다. 구청의 도움으로 3년째 어르신급식도우미를 진행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서울동답초등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할 때 어려운 점은 신선하고 식재료 구입 및 검수,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해 음식을 맛있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고 뒤처리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급식을 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1, 2학년 급식배식을 위해 학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어려움을 알고 3년 전부터 동대문구청에서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위해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제도를 시행해 학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처음에는 동대문구청 지원으로 노인복지관을 통해 급식도우미 어르신들을 지원했다. 금년부터는 동대문구청에서 직접 주관해 급식도우미 어르신을 지원하고 있다.

한경숙 서울동답초등학교장은 “어르신들께서 1, 2학년 아이들이 밥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고, 학생들도 어르신들 말씀을 잘 듣고 골고루 먹으려 노력한다”며 “할머니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마워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어 정서적인 면에서도 아주 좋은 교육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식사예절과 인성교육이 동시에

서울동답초등학교는 식당배식이 아닌 복도배식을 하고 있다. 때문에 교실 책상을 닦아주는 것이 배식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책상을 닦아주는 어르신을 보며 식사 위생을 배우고, 인사를 하며 인성교육을 익힌다. 또 어르신이 배식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반듯하게 줄을 서고 두 손으로 공손이 음식을 받는다.

서두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학기 초, 어르신 2명을 한조로 해 같은 반에 배정했다. 매일 같은 반에서 배식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모든 아이의 양을 잘 알고 꼭 맞게 음식을 담아준다. 배식이 끝난 아이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교실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식사 예절과 어른공경을 몸에 익힌다. 

배식전, 어르신 안전과 위생이 첫째

점심시간이 10분 전, 김미란 동답초등학교 영양교사의 발걸음은 바쁘다. 급식준비와 더불어 어르신의 위생과 안전까지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생교육을 받아 매니큐어나 액세서리도 하지 않았다. 위생 모자와 장갑, 앞치마까지 영양교사가 오기 전에 착용됐다. 위생은 철저하지만 어르신들 안전은 방심할 수 없다.

김 영양교사는 “편한 신발을 신을 것과 늘 손잡이를 잡을 것을 특별히 당부합니다. 또 절대 무리한 일은 못하도록 하죠”라고 말한다. 몇 년 전 일선학교에서 어르신급식도우미가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관활 구청은 봉사비 20만원만 측정했고 상해보험이나 안전공제대상원에도 가입하지 않아 어르신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에 김 영양교사는 “현재 실정에서는 안전교육을 철저히 해드리고, 제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급식배식, 생애 최고의 순간

급식도우미 어르신들은 11시라는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서 배식 시간을 기다리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간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종이접기도 하며 3년 전, 학교에 처음 왔을 때보다 생기가 넘친다.

16명의 어르신을 대표해서 반장을 맞고 있는 한 어르신은 “이 나이에 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근데 학교에 매일 오는 거잖아요. 너무 행복합니다”라는 짧은 한마디를 전하며 감사의 눈물을 비춘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손자처럼 귀여운 아이들이 음식을 받아가고, 잘 먹는 모습이 세상 무엇보다 예쁘고 삶의 기쁨입니다. 내 남은 삶에 이런 행복 다신 없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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